미셸 에켐 드 몽테뉴(1533. 2.28~1592.9.13)는 ‘수상록’으로 유명한 르네상스 시기의 프랑스 철학자, 사상가, 수필가다. 그가 평생의 화두로 삼았던 말은 ‘끄세주?(Que sais je?)’였다. 이 말을 예전에는 “내가 무엇을 알랴?”라는 뜻이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요즘 번역은 “나는 무엇을 아는가?”가 대세인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알랴?”가 남들에게 던지는 반어적 질문이라면 “나는 무엇을 아는가?”는 스스로에게 묻는 대자적(對自的) 의문으로 볼 수 있다.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이 지배하는 봉건사회에서 성실한 회의론자 몽테뉴는 철학이 신학의 시녀로서 ‘인간에게 편안한 죽음을 맞도록 해주는 데’ 봉사하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식의 목적은 현세에서 더 올바르게, 더 생산적으로,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사고를 통해 서양인들은 천국에서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보다 현재의 생활을 적극적으로 영위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몽테뉴의 정신은 독일의 레클람, 미국의 펭귄, 일본의 이와나미(岩波)와 더불어 세계적 문고로 알려진 프랑스의 끄세주문고라는 이름에 지금도 살아 있다.
몽테뉴라는 마을의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법률을 공부한 뒤 보르도 법원에서 법관으로 일했다. 38세 때인 1571년 고향으로 돌아와 저술에 몰두해 8년 만에 ‘수상록’(2권)을 완성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프랑스 모랄리스트(인간 연구가) 문학의 토대를 쌓았고, 수필 문학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보르도 시장에 두 번 선출되기도 했지만 만년에는 벼슬을 사양하고 죽을 때까지 ‘수상록’을 고쳐 썼다. 수양딸로 삼은 마리 드 구르네는 몽테뉴가 죽은 뒤 그가 손질한 원고를 기초로 ‘수상록’을 세 권으로 출판했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