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안전자산 대접을 받던 원화 채권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 같은 양상은 원/달러 환율까지 1200원 위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셀코리아(Sell Korea)에 나서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1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단 하루를 제외하고 6거래일째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같은 기간 순매도 규모는 3조2210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 5일에는 단 하루동안 1조5470억원을 순매도하며 유례없는 매도세를 보인 바 있다. 외국인은 그렇잖아도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상장채권을 각각 7840억원과 4870억원 순유출한 바 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채권 연구원은 “11~12일 중 외국인 순투자 거래규모를 고려해 추정한 12일 기준 외국인 보유잔액은 97조1000억원이다. 이는 2월초 만기도래규모를 고려하더라도 1월말대비 약 1조5000억원 이상 원화채권을 순매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채권금리에도 고스란히 녹아들고 있다. 지난 12일 스왑(Swap) 시장에서 통화스왑(CRS)과 이자율스왑(IRS) 금리차인 스왑베이시스 역전폭이 구간별로 10bp(1bp=0.01%포인트) 가량 확대됐다. 3년물 구간의 경우 8.5bp 확대된 -51.0bp를 보이며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확산되던 지난해 10월22일 -53.3bp 이후 4개월 만에 벌어졌다. 같은 날 단기 외화자금사정을 보여주는 FX스왑시장에서도 1개월물이 20전 떨어진 80전을 기록, 작년 12월24일 80전 이후 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왑베이시스 역전폭이 확대되고 FX스왑이 하락한다는 것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부족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 외국계은행 스왑딜러는 “지난주 스왑베이시스 확대는 글로벌 펀드투자사인 핌고나 템플턴 등 자금이 유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달러자금에 문제가 없는지 봐야 할 때”라고 전했다.
반면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 연구원은 “국채선물 시장에서는 여전히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스왑시장에서도 리시브(고정금리 수취 변동금리 지급) 우위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는 길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