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악재에 한 달 새 비관론 5%포인트 높아져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유명 이코노미스트 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20%로 봤으며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정책 행보가 더뎌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지난달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시행한 것으로 한 달 전 같은 조사에서는 전문가들은 향후 2년 미국 경기가 침체 가능성이 15%로 보는 시각이었다. 한 달 새 비관론이 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에 대해 FT는 글로벌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한 가운데 나 홀로 독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문가들의 시각이 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총 네 차례 높인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덩달아 힘을 받게 됐다. 특히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29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터라 연준의 긴축 시나리오도 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0.25%씩 2~3차례 금리를 올린다는 전망이 중간값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올해 금리인상 횟수가 2회 미만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에서는 4분의 3 가까이 3회 이상의 금리인상을 예상했으며 인상값은 0.75%포인트였다.
피터 후퍼 도이체방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금융 시장 상황이 타격을 입었고 다양한 경제 지표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리스크가 커졌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미국이 경기 침체에 접어들 것으로 우려한 이코노미스트는 소수에 그쳤다. 미국 고용시장이 그만큼 강한 성장세를 나타냈고 서비스 부문의 성장세가 달러 강세 여파에 따른 제조업의 부진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둔화에 미국 경제 역시 취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됐다. 유가 급락으로 에너지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도 커지면서 미국 신용시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최근 디폴트 위기에 놓인 기업이 급증했다고 경고했다. 미국증시 역시 글로벌증시와 동반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올 들어 6%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미국 증시는 5% 떨어졌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S&P500지수 구성기업 가운데 주가가 52주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진 기업은 31%에 달했다.
다만 FT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 가능성은 커졌지만 미국이 강한 소비시장 등에 힘입어 경기침체를 피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