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월 27일 群山盡白(군산진백) 온 산이 다 하얗게 눈으로 덮였네

입력 2016-01-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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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고산 윤선도(1587~1671)는 일생을 거의 유배지에서 보낸 사람이다. 성균관 유생이던 29세 때 시작된 유배생활은 80세가 돼서야 겨우 끝났다. 시련과 간난의 세월을 그는 ‘어부사시사’를 비롯한 시가를 지으며 이겨냈다. 함남 삼수(三水)에서 귀양살이하던 1661년 74세 때는 ‘눈이 온 뒤 장난으로 짓다’[雪後戲作]라는 오언고시 두 수를 썼다.

두 번째 시는 이런 내용이다. “삼강의 귀양살이 어언 20개월/전에 듣지 못한 눈 안의 삼삼한 풍경/품팔이하는 종들도 진주 신발 신고/행상하는 아낙들도 흰 봉새 타고 다니네/아침 점심 저녁은 안개 자욱한 굴에 숨고/가을 겨울 봄에는 수정 병풍이 둘러치네/옥허는 바로 이런 곳이 아니겠나/은포의 구름 소리가 잠을 불러 깨우나니”[謫在三江二十蓂 森森入眼不曾聆 傭奴渾躡明珠履 販婦多騎白鳳翎 朝晝昏藏香霧窟 秋冬春繞水晶屛 玉虛無乃此眞是 銀浦雲聲喚睡醒]

삼수는 북쪽 변방의 끝이며 삼강(三江) 허천(虛川) 읍루(挹婁)의 옛 땅이다. 윤선도는 시의 끝에 이런 설명을 붙였다. 이 지역은 가을과 겨울과 봄에는 혹한으로 꽁꽁 얼어붙어 인가에서 화기에 의지해 살아가는데, 연기가 나가는 창을 만들어 놓아도 한기가 들어와 방 안이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사람이나 물건을 구분할 수가 없다. 가을부터 눈이 내려 산들이 모두 하얗게 변했다가 여름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녹기 시작한다.[自秋雪來 群山盡白 入夏始消]

흰 봉새를 타고 다닌다는 말은 소동파의 시 “거위 털 같은 눈송이가 말의 갈기에 드리워 내가 흰 봉황을 탄 것 아닌가 생각되네”[鵝毛垂馬騣 自怪騎白鳳]를 원용한 것이다. 옥허는 도교에서 옥제가 산다는 선궁(仙宮)을 말한다. 은포의 구름 소리란 눈 덮인 계곡 아래에서 들려오는 냇물소리를 가리킨다. 폭설과 혹한을 보며 윤선도의 고난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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