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월 26일 涸轍鮒魚(학철부어) 몹시 곤궁하고 다급한 처지

입력 2016-01-2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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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장자는 물고기를 이용해 여러 가지 말을 했다. 대부분 세상의 이치에 관한 내용이지만 학철부어(涸轍鮒魚)처럼 곤궁하고 다급한 처지를 비유한 것도 있다.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의 붕어라는 말인데, ‘장자’ 외물(外物)편에 나온다. 대종사(大宗師)편의 학천지어(涸泉之魚)를 부연한 우화다.

가난했던 장자가 감하후(監河侯)에게 양식을 빌리러 갔다. 감하후가 말하기를 “장차 내 봉읍(封邑)에서 세금을 거두어 삼백 금쯤 빌려드리리다. 그러면 되겠소?” 이에 장자가 발끈하며 안색을 바꿔 말했다. “내가 어제 이리로 올 때, 도중에 누가 부르는 자가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수레바퀴 자국의 고인 물 속에 붕어가 한 마리 있습디다.[車轍中有鮒魚焉] 내가‘왜 그러느냐?’ 하자 붕어가 말하기를 ‘저는 동해 해신의 신하[波臣]입니다. 어디서 한 말이나 한 되쯤 되는 물을 가져다가 저를 살려주실 수 없겠습니까?’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좋다. 내가 바야흐로 남쪽 오(吳)나라와 월(越)나라의 왕에게 유세를 하러 가는데 그때 서강(西江)의 물을 거꾸로 흐르게 해 너를 맞이하도록 해주마. 이제 됐는가?’ 했지요. 그러자 붕어가 발끈하며 안색을 바꿔 말하기를 ‘저는 제가 있어야 할 물을 잃어 몸 둘 곳이 없습니다. 한 말이나 한 되의 물만 있으면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대가 이처럼 말하니 차라리 일찌감치 저를 건어물 가게에서 찾는 게 나을 거요’라고 하더군요.”

남에게 도움을 주려면 즉시, 필요한 정도에 맞게 해야 한다. 먼 물은 가까운 불을 끄지 못한다. 장자는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 속 붕어와의 대화를 빌려, 부질없는 의문에 관심을 두지 말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책을 찾는 것이 인생에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철부지급(轍鮒之急) 학철지부(涸轍之鮒) 고어지사(枯魚之肆)도 같은 의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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