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저유가 시대] 중동정세가 불안하면 유가가 올랐는데, 이번에는 왜?

입력 2016-01-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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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갈등, OPEC 감산 불발 우려 키워…중국 경기 둔화로 수요 감소 우려 겹쳐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 사진=블룸버그

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급기야 장중 배럴당 30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시장은 그야말로 패닉이다. 중국 경기둔화로 수요는 줄어드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로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13년 만에 최저치로 폭락한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과 동일한 배럴당 30.41달러로 장을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48센트(1.52%) 내린 배럴당 31.07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특히 이날 WTI 가격은 장중 지난 2003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30대 선으로 내려앉아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국제유가는 통상 지정학적 리스크 발발 시 상승한다. 특히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의 경우 공급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 국제유가는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새해벽두부터 시작된 중동의 대표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과의 갈등 악화 소식에 오히려 원유 가격 하락폭은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에서 양국의 갈등이 공급 과잉을 부추길 수 있는 악재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지난 2일 시아파 지도자를 포함한 테러 혐의자 47명을 집단 처형하며 이란과의 외교 단절을 선언한 이후 양국의 갈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양국은 사실상 군사적 충돌만 남기고 전방위적으로 정면충돌하고 있다.

문제는 두 나라의 갈등이 격화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미 양국은 OPEC 내에서 이견을 보여왔다. 이란은 조만간 서방 경제 제재가 완전히 풀리면 곧바로 원유 수출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란은 자국 원유 수출량은 늘릴 계획이면서도 OPEC의 생산량은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OPEC의 맹주인 사우디는 감산에 반대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마저 위협받자 OPEC 일부 회원국이 3월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우디와 이란이 감산 방향으로 뜻을 모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중국의 경제 지표가 최근 잇달아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도 유가 하락세에 부채질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세계 에너지 최대 소비국이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경기 둔화를 에너지 수요 감소 신호로 해석한다.

싱가포르 소재의 컨설팅업체 FGE의 터셔 타룬 반살 수석 원유부문 애널리스트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때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라면서 “그러나 현재 국제유가는 공급 과잉 탓에 지정학적 리스크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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