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짜 모은 전재산 기부하고 떠난 90대 할머니

입력 2016-01-0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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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는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학교 측에 기부한 이명기 할머니가 지난달 25일 향년 93세로 생을 마감했다고 8일 밝혔다. 이 할머니는 지난 2002년 자신의 아파트를 기부하고 이후에도 꾸준히 기부를 이어갔다.

이 할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방직공장에 다니며 비단을 짜왔고, 한 푼 두 푼 어렵게 모은 돈으로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2002년 당시 시가 2억 5000만원 상당의 109㎡(33평) 아파트를 마련했다. 할머니는 그러나 이를 곧 동국대에 기부했고, 이후에도 돈이 모일 때마다, 10만원, 100만원 씩 학교 측에 기부했다. 할머니가 이런 식으로 10여년간 총 22번에 걸쳐 내놓은 돈은 1000만원을 넘었다.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할머니는 1시간 20여분 거리의 절을 매일 걸어다녔고, 자신을 위해서는 1000원 짜리 한 장을 쓰는 것도 꺼릴 정도로 근검절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 당시 할머니는 “죽기 전에 불교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불교학 발전을 위해 동국대에 기증하면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인은 “가진 게 이것 뿐이어서 부끄럽다”는 미안한 마음도 함께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할머니는 고령에도 건강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노환으로 건강이 악화돼 경기도 성남 소재 요양원에서 생활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동국대 측은 고인이 떠나기 전 고액기부자에 대한 예우로 사후 장례 절차를 모두 지원한다고 안내했지만 이 할머니는 이를 극구 거부하고 자신이 직접 영정사진와 수의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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