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총리가 정권 유지를 위해 대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라작 정권이 거액의 채무를 떠안아 정권의 아킬레스 건으로 전락한 국영투자회사 1MDB 의 자산을 중국 국유기업에 잇따라 매각해 자금난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1MDB는 이날 부동산 재개발 자회사인 밴더 말레이시아 주식 60%를 중국의 국유철도건설, 중국중철(CREC)과 말레이시아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매각액은 74억 링깃(약 2조300억원). 이는 1MDB가 예상한 금액을 10% 정도 웃도는 수준이다.
CREC 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액은 자본 제휴를 타진한 40곳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수도 중심부 재개발 사업에 참여한다.
신문은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1MDB 자산 매각이 최근 1개월여 만에 두 번째라는 점에 주목했다. 1MDB는 앞서 작년 11월 하순에는 원자력회사인 중국광핵집단(CGN)에 발전 자회사 지분을 넘겼다. 매각액은 98억 링깃. 당시 금융기관 사이에서는 과도하게 책정된 금액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1MDB는 라작 총리 주도로 설립된 국책회사이지만 지난 2014년 3월 시점에 420억 링깃의 부채를 안고 빚에 쪼들리고 있다. 여기다 라작 총리가 회사로부터 부정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부상하면서 정권을 뒤흔드는 시한폭탄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중국에 자산을 연달아 매각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는 평가다.
신문은 중국의 잇단 1MDB 자산 매입을 두 가지 의도로 해석했다. 우선 한 가지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양국 정부가 추진하는 고속철도 수주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
CREC가 참여하는 개발 예정지에는 고속철도 종점이 건설된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고속철도는 현재 중국과 일본 기업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한 가지 의도는 미국 중국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남중국해 분쟁을 둘러싸고 말레이시아의 지지를 얻기 위함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중국의 일방적인 해양 진출을 경계해, 미국과의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중립을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중국을 경계하는 무드도 조성되고 있다. 따라서 위기의 라작 정권에 선심을 베풀어 친중 노선에 대한 비판 확대를 막겠다는 의도가 강해보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