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김소월(金素月)의 명시 ‘진달래꽃’은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로 시작된다. 그리고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로 끝난다. 정지용(鄭芝溶)의 시 ‘고향’은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로 시작해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로 끝난다.
이렇게 시가(詩歌)에서 첫 연과 끝 연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반복되는 구성법이 수미쌍관법(首尾雙關法)이다. 수미상관(首尾相關) 수미상응(首尾相應)이라고도 한다. 첫 연을 끝 연에 되살리거나 비슷한 구절 문장을 다시 배치하는 것은 운율을 중시하고 의미를 강조하려는 표현수법의 하나다. 그렇게 함으로써 음악적 효과를 살리면서 균형을 통해 안정감을 얻는 기법이다. 시는 물론 소설 수필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용되고 있다. 글을 쓸 때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론가이며 시인인 권혁웅은 ‘시론’이라는 저서에서 수미상관을 우리 시에 독특한 구성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예로 든 것이 바로 ‘진달래꽃’이다. 하지만 수미상관이 우리 시에만 나타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중국인들은 수미호응(首尾呼應) 수미조응(首尾照應)이라고도 한다.
2016년 병신년이 시작된 날이어서 수미상관을 생각해보았다. 나라든 개인이든 처음과 끝이 잘 어울리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수미상관이 돋보이는 윤석중 작사 이수인 작곡의 동요 ‘앞으로’를 읽으며 마무리한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온 세상 어린이가 하하하하 웃으면/그 소리 들리겠네 달나라까지/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그래, 어린이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앞으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