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2월 31일 有始有終(유시유종) 시작했으면 끝을 잘 마무리해야

입력 2015-12-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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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아니 시작했으면 끝도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유시유종(有始有終)이다. 논어 자장(子張)편의 “시작과 끝이 있는 사람은 성인뿐”[有始有卒者 其惟聖人]에서 비롯된 말이다. 여기 보이듯이 처음엔 유시유종이 아니라 유시유졸(有始有卒)이었다.

자장편을 인용한다. “자유가 말했다. ‘자하의 학생들은 쇄소(청소) 응대(손님 접대) 진퇴(처신)는 괜찮은데 이것들은 지엽말단적인 것이다. 근본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으니 어쩐 일인가?’ 자하가 이를 듣고 말했다. ‘자유의 말이 지나치구나! 군자의 도에서 무엇을 먼저 전하고 무엇을 나중에 전해야 되는가? 비유컨대 초목에도 구별이 있거늘 군자의 도를 속일 수 있겠는가? 처음도 있고 끝도 있는 사람은 아마 성인일 것이다!’”[子游曰 子夏之門人小子 當灑應對進退 則可矣 抑末也 本之則無 如之何 子夏聞之 曰 噫 言游過矣 君子之道 孰先傳焉 孰後倦焉 譬諸草木 區以别矣 君子之道 焉可誣也 有始有卒者 其惟聖人乎]

자유와 자하는 공자의 제자들 중 문학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서로 종종 비교되는 제자들 간의 주도권 다툼에서 나온 말인 것 같다. 자유는 이런 말도 했다. “내 친구 자장은 대단한 능력을 가졌지만 아직 인에 이르지는 못했다.”[子游曰 吾友張也爲難能也 然而未仁] 자장편의 이 다음 문장에서는 증자도 비슷한 말을 한다. “당당하구나 자장이여. (그러나) 함께 인을 실천하기는 어렵다.”[曾子曰 堂堂乎 張也 難與竝爲仁矣] 재미있다.

11월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였던 1997년 유시유종을 신년 휘호로 쓰면서 퇴임을 준비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37년 8월에 쓴 ‘모순론’에서 “일체의 과정에는 다 시작과 끝이 있다”[一切過程都有始有终]고 썼다.

2015년의 마지막 날이 부디 유시유종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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