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종이 없는 사무실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계속해서 출력물이 필요하다. 바로 우리 사무실이 그렇다. 끝없는 서류 작업과 원고 교정 작업을 위해 책상 위엔 A4 용지가 눈처럼 소복이 쌓여있다. 흔한 풍경이다. 한번 원고 교정을 볼 때마다 100장 이상을 뽑아내야 하니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레이저 프린터를 쓰는지라 더욱 더…
사무실에서 쓰고 있는 컬러 레이저 프린터의 토너를 교체할 때가 됐는데 꽤 부담되는 금액이다. 가격비교 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리다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 컬러 레이저 프린터의 토너 교체 비용에 조금 보태면 무한잉크 복합기를 살 수 있다는 게 아닌가. 무한잉크?? 듣기만 해도 솔깃한 단어다. 고작 30만원대의 잉크젯 복합기로 컬러, 흑백 가리지 않고 맘껏 뽑아 쓸 수 있다니. 가격 비교 사이트에 여러 모델명을 검색하며 고민하던 우리는 결국 알뜰한 2016년을 위해 복합기를 새로 질렀다. 까짓 거 이 정도는 부담 없는 금액 아닌가.
우리가 구입한 건 엡손 L655. 사무용이라 팩스와 스캔 기능도 꼭 필요하기 때문에 복합기 모델을 골라봤다. 지금 막 도착한 따끈한(사실 날씨가 추워서 싸늘했다) 택배 박스를 뜯어보니, 무한잉크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게 거대한 번들 잉크가 들어있었다. 정말 인심이 후하구나. 슈퍼 대용량이라며 사이즈를 거듭 강조하더니 사실이었다.
특히 검정 잉크는 140ml다. 컬러 잉크는 각각 70ml 용량이 들어있다. 숫자로 계산해보면 흑백 6,000장, 컬러 6,500장을 출력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할 땐 대량 출력할 때마다 눈치를 봐야 했는데… 6,000장 넘게 마음껏 프린트해도 된다고 하니 마음이 든든하다. 이제 내 마음대로 뽑아 써야지.
기존 잉크 카트리지 형태의 제품과 다르게 대용량 잉크 공급 장치를 외부에 장착한 것이 이 제품의 포인트다. 덕분에 딱 한번만 잉크를 넣어도 대량 출력이 가능한 것. 유지비가 적은 건 물론이고 자주 잉크 교체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겠다.
알뜰한 기어박스 살림꾼 P가 계산기를 두드린다. 대충 장당 컬러 출력 비용이 얼마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한 장에 고작 8.7원. 10원도 되지 않는다. 이전에는 장당 40~50원이라는 압박에 시달렸는데. 감동적이다. 잉크 교체 비용이 5만 6000원 정도인데 1만 2000장 가량을 출력할 수 있으니 슈퍼 경제적이다.
사실 잉크젯 프린터는 너무 오랜만에 써서 출력 품질이 많이 떨어질까봐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물론 레이저처럼 선명하진 않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래도 여러 사진과 디자인 시안을 출력해본 결과 깨끗하게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 모드로 출력해 비교해 보았으니 한번 확인해 보시길. 제일 좌측이 원본이고 순서대로 복사본, 표준품질, 고품질 결과물이다.
근데 잉크젯으로 프린트한 건 원래 물에 번지지 않던가? 블랙은 특수잉크를 사용해서 물에 번지지 않게 처리된다. 나는 주로 사진보다는 텍스트 출력물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라 상당히 유용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내친김에 여러분께 보여드리기 위해 텍스트 출력물에 물을 잔뜩 흩뿌려 보았다. 전혀 번지지 않는다. 브라보.
출력 속도도 준수하다. 기존 모델 대비 출력 속도를 1.5배 가량 향상했다고. 특히 흑백은 잉크젯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다. 컬러 출력은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로 텍스트 파일을 출력하기 때문에 맞춤형이다.
여러모로 따져봤을 때 사무실에서 사용하기 좋은 제품이다. 강력한 가성비나 든든한 잉크 용량, 관리의 용이함, 빠른 출력 속도 등 모든 요소를 다 갖췄다. 게다가 이렇게 콤팩트한 디자인인데 팩스와 스캔 기능도 지원하는 복합기라니. 사무실 한 켠에 설치해 두고 나니 뭔가 덤으로 얻은 기분이다. 팩스는 100매의 페이지를 메모리 할 수 있으며, 자동 재다이얼 기능과 60개 단축 다이얼 기능도 지원한다. 와이파이도 지원해 데스크톱은 물론 스마트폰에 있는 파일도 바로 출력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올해 마지막 전자제품 쇼핑으로 상당히 좋은 점수를 얻을 듯하다. 누군가 사무실용 프린터를 추천해달라 말한다면 주저 없이 무한 잉크를 외쳐야지. 그럼, 샤오미급 가성비를 뽐내는 엡손 L655의 언박싱은 여기까지. 아끼지 말고 팍팍 뽑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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