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2월 25일 唾面自乾(타면자건) 얼굴에 뱉은 침을 마르게 그대로 둔다

입력 2015-12-25 07:30

임철순 기자 fusedtre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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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28·아르헨티나)가 며칠 전 자국 팬의 ‘침 공격’을 받았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리베르 플라테(아르헨티나)와의 2015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 결승에서 3-0 승리와 우승을 이끈 메시는 나리타 공항에서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길에 리베르 플라테의 한 팬으로부터 침 세례를 받았다. 메시가 모국 아르헨티나 팀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고 그랬던 건데, 화가 난 메시는 팬과 싸울 뻔했다가 동료들의 만류로 참았다고 한다.

그 기사를 보며 타면자건(唾面自乾)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으로, 처세에는 인내가 필요함을 알려주는 말이다. 십팔사략(十八史略)에 나온다.

중국사상 유일한 여제(女帝)인 당(唐)나라의 측천무후(則天武后) 시대에 누사덕(婁師德)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온후하고 어질어 아무리 무례한 일을 당해도 흔들림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대주자사(代州刺史)로 부임하는 동생을 불러 “우리 형제가 다 같이 출세하고 황제의 총애를 받는 것은 좋지만 남의 시샘도 클 것이다. 시샘을 면하려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동생이 “남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결코 화내지 않고 잠자코 닦겠습니다. 만사를 이런 식으로 해 형님께 걱정을 끼치지 않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누사덕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염려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어떤 사람이 네게 침을 뱉는다면 뭔가 크게 화가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침을 닦으면 그는 더 크게 화를 낼 것이다. 침은 닦지 않아도 그냥 두면 저절로 마르니 그런 때는 웃으며 그냥 두는 게 제일이다.”

오늘은 성탄절.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라”고 한 예수님 생일에 타면자건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