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시험 정확성ㆍ임상 프로토콜에 의문 제기돼…각광받던 홈즈 CEO 궁지 몰려
미국 생명공학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는 스타트업이었던 테라노스가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 보건당국은 테라노스의 혈액시험 정확성과 임상연구 프로토콜(연구계획안)에 의문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두 전 테라노스 직원의 제소가 당국 조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 전직 테라노스 연구원이 지난 9월 미국 메디케어ㆍ메이케이드 서비스센터(CMS)에 회사를 제소했다. 회사의 혈액 분석 기기들이 주요 안정성과 정밀성, 정확도 등에서 문제가 있음에도 경영진들이 환자들에게 계속 시험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전 직원은 회사가 지난 5월까지 희석된 혈액을 샘플로 썼다고 폭로했다. 전문가들은 혈액 샘플 희석은 에러 리스크를 확대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 직원은 이달 초 테라노스가 헤르페스 진단 관련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자 임상 프로토콜(연구계획안) 규약을 어겼다고 제소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FDA 조사관이 지난주 해당 사실을 제소한 전 직원과 직접 인터뷰했다. CMS는 지난달 테라노스 연구소 감사를 실시했다. 회사는 정기적으로 예정된 감사이며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테라노스 대변인은 “아직 제소장을 못 받아 구체적으로 평가할 근거가 없다”면서 “정부 기관은 제소장 내용이 맞는지 평가하는 프로세스가 있으며 이런 제소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우리는 당국이 적절하게 해당 사안을 조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테라노스는 지난해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90억 달러(약 10조6000억원)로 평가됐다. 이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중 최고 높은 수준이다.
앞서 WSJ는 지난 10월 16일 기사에서 테라노스가 기술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직원들은 혈액 시험 결과가 정확한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테라노스를 설립한 엘리자베스 홈즈 최고경영자(CEO)는 한 방울의 혈액으로 30가지 이상의 질환을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해 일약 스타가 됐다. 이에 홈즈는 31세의 젊은 여성 CEO로 관심을 끌었으나 궁지에 몰린 것이다. 홈즈 CEO는 현재 제기된 의혹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