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옥상에서 전투식량을 외치다

입력 2015-12-17 13:03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오랜만이에요. 전투식량 2탄이에요. 지난번엔 야외 훈련 분위기로 먹어보겠다고 하늘공원 억새밭까지 갔지만 뜨거운 물이 없어 결국 집으로 돌아왔던 슬픈 기억이… 그건 다 잊어주세요. 군대 근처도 안 가본 두 여자의 파란만장 전투식량 시식기가 궁금하다면 여기로.

저에게 두 번의 실패란 없어요. 이번엔 발열 도시락을 샀습니다. 불도 물도 필요 없는 전투식량이라고 하니 일단 믿어 보기로 해요. 그래서 이번에는 어디까지가서 먹고 왔냐구요? 전쟁터를 찾아 아주 먼길을 떠났답니다. 바로 기어박스 사무실 옥상으로요! 미생의 일상이야 하루하루가 전쟁이고, 회사는 전쟁터니까요. 직장인의 점심 메뉴로는 역시 전투식량이 최고죠.

[카메라 가방에 도시락을 담는 패기]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미 민방위 훈련까지 모두 끝난 아저씨나, 남동생은커녕 남친도 군대에 보내본 적 없는 여자라면 발열 전투식량이 생소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번 리뷰는 발열 전투식량에 대한 궁금증과 답변으로 구성해봤어요. 

Q1. 발열 도시락이 뭐야?

발열 도시락은 별도의 가열이나 물 없이도 야외에서 따듯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한 제품이에요. 뜨거운 물을 부어야 하는 전투식량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라고 보면 되죠. 오늘 소개할 제품은 모두 더온에서 선보인 원터치 발열 도시락입니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제육덮밥과 흔히 볼 수 없는 메뉴인 마파두부밥 그리고 전투식량의 클래식인 고추장 야채비빔밥. 이렇게 세 가지 맛을 준비했어요. 

Q2. 어떤 원리로 따듯해 지는거야?   

발열 도시락은 과학입니다. 산화칼슘(CaO)이 물(H2O)과 반응할 때 수산화칼륨(KOH)을 만드는 데 이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해 밥과 조리 음식을 뜨겁게 데워 먹도록 만든 것이 발열 도시락이에요. 쉽죠? 발열팩 끝에 있는 끈을 잡아당기면 분리되어 있던 두 물질이 만나 화학작용을 시작하고 뜨거운 김을 내기 시작합니다. 발열팩의 온도는 100도 가까이 올라가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으면 손을 델 수도 있어요. 장갑은 잊지 말고 착용하도록 합니다. 

Q3. 무게가 꽤 묵직하던데… 안에 뭐가 들어있어?

그럼 박스 안에는 뭐가 있는지 자세히 살펴볼까요? 세 제품 모두 같은 회사에서 만든거라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패키지 디자인과 사이드 메뉴 정도죠. 그밖에는 발열팩부터 종이 그릇, 그리고 심지어 포크까지 모두 같아요. 그런데 제육덮밥과 마파두부밥의 디자인은 ‘사제음식’에 가까운데 고추장 야채비빔밥은 군대 PX의 느낌이 낭낭하네요(가보진 않았지만). 

Q4. 진짜 잘 되는지 궁금해

그렇다면 이 발열 도시락만 있다면 정말 따듯한 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걸까요? 발열팩의 끈을 잡아당기는 순간, 사진처럼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날 다행히 영하 4도의 추위 속에 야외 촬영을 했기 때문에 뜨거운 김이 잘 보이네요. 이렇게 뜨거운 김을 폴폴 내뿜으며 우리를 유혹한대도 밥을 먹기 위해선 20분 정도의 기다림의 견뎌야 합니다. 아 그리고 열이 골고루 퍼지지 않은 경우, 설익은 밥 뭉텅이가 입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는 게 좋겠어요. 

Q5. 맛은 어때?

20분을 기다리면 조리(?)는 모두 끝난 상태입니다. 이제 각각 포장된 밥과 소스 그리고 사이드 메뉴까지 모두 종이 접시 위에 부으면 됩니다. 개밥 같지만 이상하게 식욕을 돋우는 전투식량이 완성됐습니다. 일단 세 제품 모두 베이스가 맨밥이 아니라 볶음밥이라는 점이 마음에 드네요. 햇반처럼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다고 하긴 어려워도 푸석푸석한 건조미에 비하면야 이 정도는 감사하죠.  

세팅완료. 오랜 기다림을 견디니 드디어 기다리던 먹방타임입니다.

첫번째는 마파두부입니다. 두부가 생각보다 넉넉하게 들어있는 데다 밥에는 옥수수와 당근이 들어있어 씹는 맛이 좋아요. 상품 설명에는 잘 숙성된 두반장을 사용해 전통 마파두부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게 심오한 맛은 느껴지지 않아요. 그냥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왠지 어디서 먹어본 듯한 익숙한 그런 맛입니다. 위 사진 속 이미지 보다는 덜 맵고, 더 짭니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어요.

다음은 제육볶음밥이에요. 사실 제육덮밥과 마파두부밥 모두 볶음김치의 피처링이 너무 강해 맛의 차이가 크진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전문가(?)로서 리뷰를 해야 하니 볶음김치가 참견하지 않은 곳을 잘 골라 맛을 봅니다. 아무래도 제육볶음의 소스가 좀 더 달콤하고 고기의 깊고 진한 맛이 더 느껴지긴 합니다. 이게 고기의 힘인가봐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역시 고기입니다. 명색이 제육덮밥인데 마파두부밥에 들어간 고기의 양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건 좀 슬프네요.

마지막은 고추장 야채비빔밥입니다. 위 사진이 누가 먹다 남은 것처럼 보이는 건, 여러분의 착각이 아니고 다른 메뉴의 사진을 찍는 사이 많이 허기진 시식단원1의 습격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이 정도라도 남겨준 게 고맙네요. 특히 미트볼을 다 먹지 않아 참 다행이에요. 사실 지난 전투식량 리뷰에서도 고추장 야채비빔밥을 먹었는데 맛이 영 형편 없어서 별 기대 안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꽤 맛있었습니다. MSG 가득 들어간 고추장맛은 입맛을 돋우고, 뭐가 들어갔는지 의심스럽긴 해도 큼직한 미트볼은 씹는 맛과 심리적인 풍요로움을 더해줍니다. 특히 앞의 두 제품보다 짠맛이 덜 했다는 것도 좋았어요(부족한 듯 야박한 고추장의 양 때문이었을 수도…). 

Q6. 그래서 결론은 추천 안 추천?!

결론은 추천. 캠핑이나 특히 등산갈 때 아주 유용하겠어요. 가격은 세 가지 모두 개당 6000원으로 절대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 편리하니까요. 아웃도어 활동에 가장 중요한 점 아니겠어요? 뭔가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서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가방에 전투 식량을 넣고 피팅모델의 느낌을 내봤는데. 알고보니 이게 아주 비싼 카메라 가방이더라구요. 헤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건, 양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거에요. 보통의 성인 남자라면 한 개로는 턱 없이 부족할 수 있어요. 맛과 편리함으로 치자면 당연히 추천이지만 양이 좀 아쉽네요. 두 개 드세요!

The post 사무실 옥상에서 전투식량을 외치다 appeared first on GEARBAX.COM.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