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지금 야당 상황을 가리켜 지리멸렬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정부-여당도 비슷하다. 나라 전체로는 지리멸렬에 더해 사분오열(四分五裂) 상태인 것 같다. ‘넷으로 나뉘고 다섯으로 찢어져 있다’는 말이다.
사분오열은 전국책 위책(魏策)에 장의(張儀)가 진(秦)을 위해 연횡(連衡)을 도모하면서 위(魏) 왕에게 한 말에 나온다. 한(韓) 위(魏) 조(趙) 초(楚) 연(燕) 제(齊) 6국이 종(縱)으로 동맹을 맺어 진에 대항하자는 소진(蘇秦)의 합종(合縱)설에 맞서 연횡은 진과 6국이 횡(橫)으로 각각 동맹을 맺어 화친하자는 주장이다.
“위나라가 남쪽으로 초나라와 연합하고 제나라와 연합하지 않으면 제나라가 위나라의 동쪽을 공격할 것이고, 동쪽으로 제나라와 연합하고 조나라와 연합하지 않으면 조나라가 위나라의 북쪽을 공격할 것이며, 한나라와 연합하지 않으면 한나라가 위나라의 서쪽을 공격할 것이며, 초나라와 친하지 않으면 초나라가 위나라의 남쪽을 공격할 것입니다. 이게 사분오열의 지리형세입니다.”[魏南與楚而不與齊 則齊攻其東 東與齊而不與趙 則趙攻其北 不合于韓 則韓攻其西 不親于楚 則楚攻其南 此所謂四分五裂之道也]
‘위나라의 지세는 본래 전쟁터’[魏之地勢 固戰場也]라는 것이다. 그러니 사분오열되어 서로 싸우다가 진나라에 합병되는 것보다 차라리 진나라와 화친하여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주장이다. 실제로는 진나라가 다른 6국을 병합하기 쉽도록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계략이었다.
주나라 태공망이 지은 병법서 육도(六韜)의 용도(龍韜)편 기병(奇兵)에는 “사분오열이란 둥근 것은 치고 모난 것은 파한다는 것”[四分五裂者 所以擊圓破方也]이라는 말이 있다. 또 ‘동주열국지’ 54회에는 사분오열과 함께 칠령팔쇄(七零八碎)라는 비슷한 말이 나온다. 칠령팔쇄는 칠령팔락(七零八落) 칠락팔락(七落八落)과 같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