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 신문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의 소명이 있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한 위원장은 경찰의 추적을 피해 조계사에 피신해 있다가 10일 나왔으며, 그 즉시 경찰에 체포돼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왔다.
경찰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총궐기 집회, 5월 1일 노동절 집회 등 올해 민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개최한 대규모 집회에서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하는 등 불법ㆍ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전날 오후 4시 45분부터 두시간 가까이 한 위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노동개악 현안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마무리되는 즉시 경찰 조사를 받겠다며 공인으로 약속한 만큼,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한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금지통고 집회 주최ㆍ금지장소 위반ㆍ해산명령 불응ㆍ주최자 준수사항 위반ㆍ일반교통방해ㆍ특수공무집행방해ㆍ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ㆍ특수공용물건손상 등 8개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경찰은 자유청년연합 등 6개 보수단체가 처벌을 요구한 형법상 소요죄는 구속영장 혐의에서 제외했다.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에게 적용되는 조항이다. 유죄가 인정되면 1년 이상∼10년 이하의 징역ㆍ금고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한 위원장이 구속됨에 따라 경찰은 추가로 소요죄 적용이 가능한지 본격적인 법리 검토에 착수할 방침이다.
경찰은 한 위원장 외에 이영주 사무총장, 배태선 조직쟁의실장 등 민노총 집행부의 다른 간부들도 불법ㆍ폭력시위를 주도했다고 보고 조만간 이들의 구속영장 신청 여부 등 신병처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데 대해 "법의 관용과 양심을 무시한 판결"이라며 "노동개악 반대투쟁의 구심력을 약화시켜 노동자의 투쟁과 권리를 가두려는 공안탄압"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금은 전체 노동자에게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려는 노동개악 정책 강행이 경각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개악을 막아내는 투쟁은 전체 노동자를 대변해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무"라며 "법원은 노동자에게 필요한 권리행사의 기회를 박탈했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검경이 주장한 한 위원장의 불법ㆍ폭력시위 혐의에 대해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 집회를 민주노총이 반정부 투쟁의 일환으로 이용했다는 것은 인간의 양심과 연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1차 민중총궐기에서 벌어진 충돌 역시 의도적으로 과장됐고 책임소재도 왜곡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경찰은 물대포 살인 진압으로 백남기 농민을 중태에 빠뜨리는 등 공권력에게 허용되는 폭력의 수준을 넘어섰지만 누구도 사죄도 책임도지지 않았다"며 "진실은 재판에서 밝힐 것이다. 검경은 누명을 씌우려는 억지수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