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한 가운데 신흥국을 둘러싼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신흥국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2013년 신흥국을 강타했던 '테이퍼 탠트럼'보다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클라우디오 보리오 BIS 통화 경제 담당 부장은 분기 보고서에서 금융시장에 "불안한 평온함"이 깃들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신흥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BIS는 "신흥국의 금융 취약성은 해소되지 않았다"며 "달러화 표시 채권은 2009년 초 이후 2배로 증가해 3조달러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실상 "역내 통화 기준으로 해당 채권의 가치는 미 달러화의 가치 상승과 맞물려 증가해 금융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재무건전성을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BIS는 최근 시장 안정에도 불구하고 주요 신흥국에 대한 단기 전망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브라질과 러시아는 여전히 심각한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며, 중국 경제는 회복 신호가 거의 없다고 했다.
세계은행도 8일 보고서에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라 신흥국이 저성장 시대에 돌입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자원국 및 신흥국에 집중 투자된 자금이 반전해, 세계 경제 전체에 하락 압력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이 과대 평가됐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은 미국 금리 인상이 미치는 영향은 신흥국별로 차별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나타냈다. 한국과 멕시코, 말레이시아는 상대적으로 회복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 국가 리스크에 대한 불안이 약화될 것이라고 진단하는 한편 터키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약한 국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흥시장의 시스템 위기에 관한 우려는 과장됐고, 많은 신흥국들이 지급불능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프랭클린 템플턴은 내다봤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해 "미국 경제 성장은 강력하다. 금리 인상은 맞다"고 공감하며, "신흥국은 자본 유출 등의 위험이 있는 만큼 구조 개혁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같은 우려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재무부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하면서 신흥국 등으로 향하던 투자 자금이 미국 내로 회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연준이 9년 만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커진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완화에 돌입하면 이같은 움직임은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고 신문은 예상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14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미국에 유입된 자금은 총 2300억 달러(약 268조8700억원)에 이른다. 2009년부터 5년 반 동안 해외로 빠져나간 총 7500억 달러 중 3분의 1 가량이 미국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이들 자금은 금융 완화 당시 신흥국이나 상품 등으로 투자 대상을 넓힌 투자신탁이나 헤지펀드가 미국 금리 상승에 베팅해 해외 투자 분을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