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역설’ IPO 시장]‘꽁꽁’ 얼어붙은 IPO… 잘나가던 바이오도 ‘휘청’

입력 2015-12-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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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한달간 6개 기업 공모 철회…‘바이오’ 팬젠·큐리언트도

2002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였던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넘쳐나는 공급에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공모시장 냉각에 꽁꽁 얼어붙었다. 공모수요 예측 흥행 실패로 기업들은 앞다퉈 공모를 철회하거나 미루고 있다. 지난달에만 6개 기업이 공모를 철회했다.

지난달 30일 의약품 연구개발 업체인 ‘큐리언트’와 카메라 교환렌즈업체 ‘삼양옵틱스’는 상장 추진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큐리언트는 IPO 간담회가 예정된 당일날 공모를 철회한 것이다. 삼양옵틱스 역시 IPO 간담회서 포부를 밝힌 지 닷새 만에 공모를 연기했다.

앞서 11월 초부터 프랑스 브랜드인 루이까또즈를 국내에 공급해온 패션잡화 전문기업 ‘태진인터내셔널’을 비롯해 생산용 세포주 개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의약품 전문기업 ‘팬젠’이 상장을 연기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밴(VAN) 업계 최초 코스피 상장을 추진했던 나이스그룹의 계열사 ‘KIS정보통신’이 상장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고섬사태 이후 중국기업으로는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었던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도 상장을 미뤘다.

이들 기업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 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모든 여건을 고려해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입을 모았다.

‘바이오는 괜찮다’는 불문율도 ‘IPO 한파’ 앞에 깨져버렸다. 올해 들어 한미약품 등이 대규모 계약을 따내면서 제약·바이오, 화장품 등 성장산업 기업의 상장은 여전히 흥행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팬젠에 이어 큐리언트까지 상장을 철회하면서 IPO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런 불안감은 12월 IPO 상장을 앞둔 기업들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12월 IPO 간담회를 앞두고 있거나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만 20여개. 간담회 현장에서는 공모 철회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있고, 기업 관계자들은 언론에 공모시장 분위기를 묻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IPO 간담회에 참석한 주관사 관계자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IPO 흥행이 저조한 이유는 IPO 물량이 연말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를 소화할 만한 시장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LIG넥스원, 이노션, 더블유게임즈 등 큰 딜을 비롯해 이미 상장한 상당수 기업에 투자가 몰리면서 투자자들이 투자할 여력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특히 시장 상황은 여의치 않은데 기업들이 3분기 보고서를 반영해 연말에 IPO 시장에 뛰어들면서 수급 불균형 현상이 벌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에서 받아줄 수 있는 캐파 이상으로 IPO 기업이 공급됐다”며 “짧은 시간 내에 자금 회전이 되면서 새로운 IPO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하는데 한 번씩 아귀가 안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가 기존에 손해 봤던 것을 털지 못하면 자금 마련이 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선별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고, 투자자 간 합의가 이뤄지는 기업만 들어가거나 손실을 우려해 남들이 들어가는 기업에만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내년에 상장하는 기업 수는 올해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상반기에 눈치 보기 작전으로 가면서 상장 시기를 조절하다가 올해처럼 3분기 보고서가 나온 이후인 하반기에 상장이 대거 몰릴 확률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특히 내년에는 호텔롯데 등 대형주 빅딜도 예정돼 있어 소형주 IPO에 대한 공모주 관심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으로선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수요와 공급을 고려해 기업들의 IPO 진출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모에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 맡기는 것은 어렵다”며 “기업들이 상반기나 10월까지 상장을 마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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