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 맡았던 기업 4분의 3의 간부 지인·친척 고용…‘아들과 딸들’ 프로그램 통해 조직적으로 진행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중국에서 조직적이고 부정적 방법으로 취업 로비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JP모건은 중국에서 홍콩증시 기업공개(IPO) 열풍이 불었을 당시 자사가 주간사를 맡은 기업 중 4분의 3에 대해서 해당 기업 간부들의 지인과 친인척을 고용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가 입수한 미국 연방정부 뇌물 조사 보고서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은행은 ‘아들과 딸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222명을 채용했다.
JP모건은 지난 4월 해당 보고서를 정리해 미국 수사당국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소개한 인물의 이름도 기재돼 있는 등 이 프로그램과 중국 사업의 관계를 매우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04~2013년 진행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JP모건은 중국 기업과 정치 엘리트들로부터 인재 추천을 받았다. 추천인 중 절반은 은행과 보험, 증권 등 금융당국을 포함한 정부 관료, 국영 대기업 임원, 지방과 중앙정부 관계자들이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이 기간 JP모건은 10억 달러(약 1조1600억원) 이상이 넘는 초대형 홍콩증시 IPO 12개에 주간사로 참여했다. 그 가운데 9개사와 그 모회사 임원의 추천을 받은 인사를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정부는 2년 전부터 해외부패방지법(FCPA)에 따라 JP모건의 광범위한 중국 취업 로비가 뇌물공여죄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FCPA는 미국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이 해외 관료와 국영기업 임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의도를 갖고 대가성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홍콩 정부도 JP모건의 관행을 조사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JP모건 명단에 거론된 인사 가운데 최소 두 명이 부정부패 척결 일환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코스코그룹의 쉬민제 전 부총재는 지난해 부패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쑨자오쉐 중국알루미늄공사 전 회장도 사법 처리됐다. 다만 두 사람의 축출이 JP모건 취업 로비와 관련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