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까지 599조원으로 2007년 이후 최대 규모…자사주 매입은 EPS 개선 효과ㆍ장기 투자 약화 비판
미국의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을 써서 실적을 좋게 나타내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주환원 이외 주당 순이익(EPS)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순이익이 변하지 않더라도 자사주 매입으로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면 EPS가 늘어나기 때문. 또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전체 순이익보다 EPS를 실적 평가의 중요 기준으로 쓴다고 WSJ는 지적했다.
비린이어소시에이츠의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미국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5167억2000만 달러(약 599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2007년 이후 가장 컸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전체 자사주 매입 규모도 2007년 이후 8년 만에 역대 2위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고 WSJ는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웰스파고, 화이자 등이 올해 자사주 매입 효과를 톡톡히 본 기업으로 꼽혔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MS는 지난 3분기 전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유통주식 수를 3% 이상 줄여 EPS는 오히려 3.1% 증가했다.
웰스파고는 지난 분기 전체 순익 증가율은 0.6%에 그쳤으나 자사주 매입으로 EPS 증가율은 2.9%로 높아졌다. 화이자도 EPS 증가율이 5.3%로 순익 증가율 2%의 배 이상을 기록했다.
한편 올 들어 9월까지 자사주 매입 규모를 살펴보면 애플이 302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MS가 142억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퀄컴(96억 달러)과 AIG(75억 달러) 길리어드사이언스(70억 달러) 오라클(68억 달러) 웰스파고(67억 달러) 앱비(63억 달러) 화이자(62억 달러) 보잉(60억 달러)이 나란히 톱10에 들었다. 나이키가 앞으로 4년에 걸쳐 120억 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월가 펀드매니저들은 지나친 자사주 매입 경향에 우려를 표명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기업이 자사주 매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느라 사업의 장기적 성장에 대한 투자는 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임원진에 스톡옵션을 주고나서 자사주 매입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실상 자사주 매입은 ‘숨겨진 비용’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