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1980]“옛날 그 맛 대령이오~” 서랍 속 레시피 다시 꺼낸 외식업계

입력 2015-11-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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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내지 않고 한마리 통째 ‘오늘통닭’…80~90년대 가족외식 단골 ‘경향식’도

지나간 추억들이 ‘맛있게’ 되돌아왔다. 복고 코드가 최신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옛날통닭을 비롯해 다양한 ‘추억의 음식’들이 외식가를 점령했다.

옛날통닭은 닭을 토막 내지 않고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내는 것이 특징이다. 누런 봉투 안에 담겨 있던 옛날 그대로의 푸짐한 비주얼이 향수를 자극하는 음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1977년부터 꾸준히 옛날통닭을 고집해 온 옛날통닭 프랜차이즈 ‘오늘통닭’의 김종현 본부장은 “최근 오늘통닭 수유본점은 물론이고 각지에 있는 가맹점까지 전반적인 고객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젊은층이 늘어나 점포 운영 및 메뉴 개발에 탄력이 붙었다”고 전했다.

오늘통닭은 창업주인 손영순 오늘통닭 대표가 각종 채소와 천일염 등을 사용해 직접 개발한 염지수에 신선한 국내산 생닭을 숙성시키고 특제 파우더를 얇게 발라 튀겨내는 통닭을 주력 메뉴로 한다. 업체 측에 따르면 얇은 튀김옷에 육즙이 그대로 밴 촉촉한 살코기가 어우러져 기존 치킨과는 다른 맛을 선사한다.

옛날통닭의 인기에 대형 치킨업체도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놀부가 올 상반기 론칭해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놀부옛날통닭’은 곡물파우더를 입힌 닭을 가마솥에서 튀겨내 복고 코드를 즐기는 소비자 입맛을 공략했다. 최근에는 ‘냉장고를 부탁해’로 대중적 인기를 모은 이연복 셰프를 수석 고문셰프로 영입해 ‘깐풍치킨’ ‘현미찹쌀치킨’ 등 중화풍 치킨요리를 내놓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비비큐는 1970년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던 옛날식 통닭 한 마리를 재현해 아버지가 사오던 옛날통닭의 옛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에 바삭하게 튀겨낸 통닭에 자체 개발한 특제 통다리 소스를 바른 후 한 번 더 구워내 노릇노릇한 껍질과 불맛이 특징이다.

복고 열풍은 치킨 시장 바깥으로도 번지고 있다. 1980~90년대 가족 외식 장소와 데이트 장소로 인기를 끌던 경양식이 대표적인 예다. 경양식 프랜차이즈를 표방한 ‘은화수식당’은 달콤한 소스를 뿌린 등심 돈가스에 양배추 샐러드와 마카로니 등을 곁들이고 크림스프를 함께 내는 옛날 경양식 돈가스를 주력으로 경남에서 서울로 진출했다.

프레시 버거 브랜드 ‘모스버거’는 경양식 함박스테이크 소스로 익숙한 데미그라스 소스를 얹은 ‘와규 함바그’를 이달 말까지 한정 판매한다. 와규 함바그는 볶은 양파와 계란 프라이, 와규 패티에 깊은 풍미의 데미그라스 소스를 더한 복고풍 프리미엄 버거다.

정감 있는 토속 음식도 복고 열풍을 타고 있다. 이바돔이 운영하는 제주돼지고기 전문점 ‘제주도야지판’은 전통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아 온 제주산 돼지고기를 얼리지 않은 신선한 상태로 전국 가맹점에 공급해 꾸준히 점포를 늘리는 중이다. 한라산 모양과 이름을 딴 메뉴를 개발하고 제주도야지판 방문 고객에게 여권 모양의 계산서를 제공하는 등 ‘제주’ 콘셉트를 전달하기 위한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서민적 느낌이 강한 포차나 주점의 복고 바람도 거세다. 안양 1번가에 최근 문을 연 ‘포차어게인’은 1970~1990년대 길거리의 분위기를 실내에 그대로 재현한 포차다. 실제 도로처럼 꾸며놓은 바닥에 도로 이정표, 버스 승강장, 빨간 우체통, 공중전화, 전봇대, 나무 등의 소품이 길거리를 연상케 한다. 벽돌 장식과 함께 이발소, 극장, 다방 등 상점이 늘어선 듯한 한쪽 벽면과 벽에 붙어 있는 오래된 포스터들이 옛 동네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또 레코드판을 연상케 하는 메뉴판 역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포차어게인 관계자는 “복고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는 중장년층에게는 향수와 추억을, 젊은층에게는 새로움을 전하는 등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며 “삶이 각박해질수록 과거를 그리워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복고를 표방하는 외식업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복고 열풍의 이유로 업계 관계자들은 ‘심리적 만족감’을 꼽는다. 외식컨설팅 전문사 이니야의 정보철 대표는 “대다수 소비자들이 사회적ㆍ경제적으로 지쳐 있는 상황에서 복고 코드는 지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고 이에 대한 향수를 부여해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을 얻는다”며 “특히 일상적인 소비가 이어지는 외식 시장에서 복고 열풍은 짧게나마 위로를 전달하는 강력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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