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의 그런데] 수능 수험표 ‘삥’ 뜯는 철없는 어른들

입력 2015-11-11 15:15수정 2015-11-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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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BS 뉴스)

#수험표 팝니다. 8만원. 쪽지 주세요. / 쪽지 보냈습니다. 네고 원합니다.

#수시 합격자입니다. 응시료 환불받으려고 하는데 친구들이 자꾸 말리네요. / 환불받아도 수험표만 있으면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한 장 더 없으세요?

수능을 앞두고 A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글입니다. 수험표를 사고파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할인 행사 이용 팁(Tip)은 물론이고 체험기까지 올라옵니다. 그야말로 가관입니다.

이해가 잘 안 되시죠? 수험표를 왜 사나 싶으실 겁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심장이 쫄깃한데 말이죠.

사실 이들은 수능 안 봅니다. 시험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타깃은 수험표입니다. 이맘때면 백화점과 놀이동산, 항공사들은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펼치는데요. 아! 성형외과도 있군요. 얌체족들이 이 혜택을 받기 위해 수험표를 사고팝니다.

얼마나 혜택이 쏠쏠한지 살짝 볼까요? 롯데백화점은 오는 19일까지 수험표를 지참한 고객을 대상으로 게스·버커루· 디키즈 등 40여개의 영패션 브랜드를 10~20% 할인 판매합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13일부터 사흘간 강남점 9층 이벤트 홀에서 100억원 규모의 ‘영캐주얼 아우터 박람회’를 여는데요. 수험표만 있으면 최대 90%까지 할인해 줍니다.

외식업계도 빠질 수 없죠? 도미노피자는 오는 19일까지 베스트 메뉴인 씨푸드 퐁듀, 리얼바비큐, 도이치 휠레 등 3종 피자를 4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합니다. 물론 수험표가 있는 사람에 한해서요.

에버랜드는 이달 한 달간 종일권을 2만원에 판매하고요. 롯데하이마트는 노트북, 카메라 등 인기 IT 제품을 최대 24만원이나 깎아준다고 하네요.

수험표 얌체족들이 그렇게 극성인 이유가 있었네요. 그러나 진짜 ‘혹’하면 안 됩니다. 그럼 정말 ‘훅’ 갈 수 있습니다. 수험표 매매가 범죄는 아니지만 만약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사진을 바꿔치기한다면 공문서 위조로 쇠고랑을 찰 수도 있습니다. 파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험표에는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돼 있는데요. 무심코 팔았다가는 내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습니다.

수험표 얌체들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기업들이 제공하는 할인 행사는 새벽잠 쪼개가며 공부에 매달린 아이들의 몫입니다. 당신들은 체리피커(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가 아니고 그냥 수험표 ‘삥’ 뜯는 철없는 어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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