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혁명 ‘광군제’] ①13억 솔로대첩, 글로벌 쇼핑축제로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물류센터가 9일(현지시간) 광군제 준비로 한창이다. 항저우/신화뉴시스

13억 인구 대국 중국의 솔로대첩 ‘광군제’가 순식간에 글로벌 쇼핑축제로 부상했다.

광군제는 ‘1’이 네 개 겹치는 11월 11일과 독신자ㆍ홀아비ㆍ싱글 등을 뜻하는 ‘광군’이라는 단어가 합쳐져 탄생했다. 그 역사도 길지 않다. 1993년 중국 난징대 학생들이 광군제 당일에 독자적인 기념 이벤트를 가진 것이 그 시작이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중국에서 ‘싱글’, 즉 ‘데이트를 원하는 솔로’라는 개념이 튀어나온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싱글’은 중국에서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었기 때문. 이전까지는 중국인들은 결혼하기 전에 데이트를 할 기회조차 적었다. 그러나 1980년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결실을 맺기 시작하고 서구의 문화가 유입되면서 데이트라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등장했다.

타임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싱글’이라는 개념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당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결혼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게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인구 통제의 일환으로 여성은 20세, 남성은 22세 전에 결혼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에 짝을 찾지 못한 싱글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위로하는 ‘광군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난징대에서 시작된 이 풍습은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면서 중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광군제’가 하나의 풍속도로 자리매김하면서 당일 아침에 싱글들이 네 개의 유탸오(일자로 된 중국식 도넛)와 ‘11.11의’의 가운데 점을 뜻하는 바오즈(만두)를 먹는 독특한 풍속도 생겨났다. 레스토랑과 온라인 쇼핑몰 등 기업들도 광군제를 사업화하는 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런 ‘광군제’를 본격적인 글로벌 쇼핑축제로 키운 것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그룹이다. 알리바바는 10월 초 ‘국경절’ 연휴와 연말, 그다음 해 초에 걸쳐있는 ‘춘제(설날)’ 대목 사이에서 새로운 돈벌이를 물색했다. 그러다가 지난 2009년 ‘광군제’에 맞춰 파격적인 50%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싱글들로하여금 알리바바의 온라인 장터 ‘타오바오’ 등에서 제품을 사며 스스로 외로움을 달래라는 것. 이 마케팅은 적중했다. 사회의 변화와 온라인 쇼핑의 발전에 부응해 ‘광군제’라는 새 쇼핑데이를 만든 것이 기막힌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후 계속된 ‘광군제’의 폭발적인 쇼핑 열기에 전 세계가 동참하게 됐다.

특히 올해 광군제의 테마는 ‘세계화와 모바일화’다. 전 세계에서 4만개 이상의 기업과 3만여 브랜드가 광군제 행사에 참여했으며 180여 나라에서 주문이 폭주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광군제 행사 시작 1시간 만에 스마트폰 등을 통한 모바일 구매가 2700만건을 넘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는 이날 주문받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170만명의 배송원과 40만대의 차량, 200대의 화물 비행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전문가들도 경기 둔화가 심화하는 중국 내수의 향배를 점치기 위해 광군제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