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현장, 이투데이 기자가 간다④] 가수 에일리의 막내 매니저가 되다

입력 2015-11-0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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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업무는 운전, 소품·의상 등 확인도… 최고의 기량 펼칠 수 있게 옆에서 도와

▲가수 에일리의 1일 매니저 체험에 나선 정수천 문화팀 기자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 CJ E&M에서 대기실로 향하는 가수 에일리를 부축하고 있다. 가수 에일리는 새 앨범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촬영 도중 발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지만 현재 회복중인 상태로 음악방송 등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연예인과 하루를 시작해서 스케줄이 끝날 때까지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연예인. 그 뒤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 때로는 엄마처럼 챙겨주기도 하고, 편한 친구처럼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한다. 1분 1초 단위로 빽빽하게 짜인 스케줄을 관리하고, 연예인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도록 보조해주는 존재. 그들은 연예인 매니저다.

◇첫 번째 조건은… 마치 ‘절친’처럼= 지난달 29일 아침, 에일리의 집으로 향하기에 앞서 서울 강남 소재 사무실에서 매니저에 대해 간단한 교육이 이뤄졌다. 매니저는 기본적으로 ‘홍보 매니저’와 ‘헤드 매니저’가 있고, 현장에서 연예인을 보조하는 ‘현장 매니저(일명 로드 매니저)’로 나뉜다.

이 중 헤드 매니저는 전체 스케줄을 관리하는 총 책임자다. 방송사에서 프로그램 출연 의뢰가 들어오면, 헤드 매니저가 프로그램의 성격을 분석하게 된다. 출연자가 누구인지, 어디서 하는지 등 기본적인 사항을 비롯해 이 프로그램이 우리 연예인의 성격을 살릴 수 있을지, 반응은 어떨지를 모두 고민해서 출연을 결정한다. 이후 출연이 결정되면 현장 매니저에게 현장에서 해야 할 일과 연락해야 할 사람 등 세분화된 지시 사항을 전달한다.

세세한 항목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설명에 잠시 부담감이 생겨 “저는 뭘 하면 될까요?”라고 묻자 이내 “현장 매니저입니다. 운전하셔야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운전을 비롯해 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현장 매니저를 보조하는 역할이다. 어깨가 조금 가벼워졌다.

현장 매니저와 팀장,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함께 에일리를 데리러 가는 것으로 막내 매니저의 하루는 시작됐다. 에일리는 낯선 기자의 모습에도 “밥은 드셨어요?”라며 밝게 인사했다.

에일리를 만났지만, 군대에 갓 입대한 신병처럼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청담동에서 에일리가 행사 준비를 위해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질문을 쏟아냈다. 현장 매니저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맡은 연예인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 에일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신속하게 알아내야 했다. 현장 매니저는 기본적으로 ‘내 덕에 연예인이 편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배우, 가수로서 연기와 노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바로 매니저가 해야 할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일리와 친해져야 했다. 선배 매니저는 “이 연예인이 나를 얼마나 편하게 생각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위치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예인에게 필요한 존재가 돼야 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막내 매니저로서 하나씩 일을 배우는 사이 에일리의 준비가 끝났다. 배운 것을 되뇌이며 최근 발을 다쳤던 에일리를 위해 차 뒷문을 열어줬다. 에일리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런데 저는 조수석에 타요”라며 살짝 웃었다. ‘필요한 존재’가 되려면 그녀를 알아갈 시간이 더 필요했나 보다.

▲가수 에일리의 1일 매니저 체험에 나선 정수천 문화팀 기자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리허설을 마친 가수 에일리와 스케줄을 확인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음향도 다룰 줄 알아야… ‘다재다능’은 필수= 오전 11시 경기 기흥에서 진행된 첫 일정은 오후 1시가 돼서야 끝났다.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Mnet ‘엠카운트다운’ 출연을 위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으로 이동했다. 지하주차장에서 내리는 에일리를 도와주며 “고마워요”라는 말을 듣자, 현장 매니저로 한 발 다가선 듯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이날 에일리는 ‘엠카운트다운’에서 ‘너나 잘해’ 무대를 선보였다. 대기실 입구부터 무대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전장에 나서는 그들의 모습에 잔뜩 긴장한 채로 물을 건네주자 에일리는 웃으며 “괜찮다”고 분위기를 바꿨다. 에일리는 엘리베이터에서 이동하면서도 스태프에게 다친 무릎을 들이밀며 장난치는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였다.

사전녹화에 들어가면 무대 세팅을 체크해야 한다. 에일리의 목소리와 노래에 맞게 음향이 설정됐는지 확인하고, 동선과 소품, 의상 등 부족함이 없는지 무대가 끝날 때까지 온 신경을 늦출 수가 없었다. 특히 가수의 경우 음향 설정이 중요하다. 저역대와 고역대 설정, 리버브의 정도 등 체크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에일리의 홍보 매니저는 “예전에 현장 매니저를 맡았을 때는 이퀄라이저를 직접 만질 줄도 알았다”고 조언했다.

◇생활 패턴은 연예인 스케줄… 쉴 틈이 없는 하루= 밤 10시 경기 양주의 한 대학교 축제 엔딩 무대를 끝으로 에일리의 마지막 일정이 마무리됐다. 에일리를 집으로 데려다주고 “정말 힘드셨죠? 집에 가서 푹 쉬세요”라는 작별 인사를 듣고 나서야 막내 매니저의 하루가 끝났다.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서울 강남에서 만나 경기 기흥을 거쳐 서울 상암동으로, 다시 경기 양주로 이동한 대장정에 그만 녹초가 됐다.

힘든 표정을 숨길 수 없던 순간 비로소 “희생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던 매니저의 말이 공감됐다. 매니저에게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주말에 쉬지 못하는 것도 빈번하다. 대부분 매니저의 생활 패턴이 연예인의 스케줄과 맞춰진다. 회사마다 시스템이 다르지만 연예인의 개인 일정에도 함께하는 경우가 있어 100%에 가까운 밀착 관계다.

한 매니저는 “사생활이 없을 때도 있다”면서 “가수 같은 경우에는 스케줄 하나가 끝나면 다음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 축제 기간 등 행사 시즌이 되면 하루에 스케줄이 6개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에일리의 경우 여러 지방을 돌지 않도록 스케줄을 잡으려고 신경 쓰는 편이다.

그는 “그렇게 힘들었어도 (연예인이 잘되는) 결과물이 나오면 그만큼 힘들었던 일도 잊혀지고 희열도 있다. 특히 잘됐을 때 그 고마움을 우리에게 표현해주면 뿌듯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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