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갇힌 자에게 자유를

입력 2015-11-0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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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법무법인 강호 변호사

초로의 신사 두 분이 사무실을 찾아오셨다. 동네 사는 친구 A가 갑자기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되었는데, 부인과 자식들이 짜고 자신을 병원에 입원시켜 너무 힘드니 병원에서 나가게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개인택시를 40년간 몰다가 최근 택시를 처분한 A가 통장에 돈이 생겼고, 땅과 재산이 있는데 배우자와 자녀들이 이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A를 가둔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정신보건법은 보호의무자(주로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2명의 동의가 있고 전문의가 입원의 필요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을 실무에선 동의입원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가족 간 재산싸움의 수단으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즉시 인천에 있는 병원으로 달려가 환자를 만나 보니 아들이 맥주 한 잔 하러 나가자고 해서 집 앞에 나와 있었는데, 별안간 구급차가 오더니 건장한 남자 두 사람이 팔짱을 끼어 말 한마디 못하고 실려 왔다는 것이다. 식구들이 하도 치매 상담을 받아보라고 해서 한 달 전 치매 검진을 받았는데 정상 판정을 받았고, 가족을 때리거나 소란을 피운 적도 없는데 평생 키운 자식들에게 이런 일을 당하니 허망하다는 말씀이다.

일주일 넘게 창문도 없고 공기도 통하지 않는 병원에 갇혀 진정제를 투약받은 환자는 걸음에도, 말에도 힘이 없었다.

환자의 퇴원 희망 의사를 확인한 후 담당의사를 만나 즉시 퇴원시켜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검토한 후 회신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돌아왔다.

그리고 서울 사무실로 돌아왔을 즈음 전화가 왔다. 오후 5시에 퇴원시킬 테니 환자를 인수하라는…. 가족에 의해 일주일 넘게 감옥 아닌 감옥에 갇혀 있었던 분에게 다시 소중한 자유가 주어지게 됐다.

갇힌 자에게 자유를. 변호사는 이런 맛에 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A씨는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자신을 위해 발벗고 나서줄 친구들이 있으니. 내가 감금되면 누가 나를 위해 뛸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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