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돌아가는 도쿄모터쇼 관람기 2부

입력 2015-10-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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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쿄모터쇼 2015는 M, R, 9, G 등 이니셜만 대도 충분히 아실 만한 자동차 전문 웹진에서도 취재를 왔습니다. 그러니 월드 프리미어나 차량 정보 기사는 많이 나오겠죠? 그래서 저는 지난 제네바 모터쇼 기사처럼 틈새를 공략하기로 했습니다(궁금하다면 여기로). 사실 유럽산 신차의 경우 거의 지난달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밑천이 드러난 상황이거든요.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다 하더라도 이미 김빠진 콜라 같은 상황이라 저까지 소개해봤자 별 감흥이 없을 테고요. 그래서 약간은 다른 방향으로 기사를 진행하려 합니다.

도쿄모터쇼는 홈 어드밴티지 성향이 강합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인 혼다, 토요타, 닛산을 비롯해 우리에겐 아픈 추억인 스바루와 미쓰비시도 일본에서는 여전히 인기입니다. 마츠다와 스바루, 다이하쓰 역시 일본 토종 브랜드 중에서 선전하는 중입니다.

벌써 동경에서 마지막 밤이군요. 오늘은 잠시 어제 잊은 이야기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혹시 ‘숨 막히는 도쿄모터쇼 관람기 1부’를 보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혼다는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시모 같은 로봇도 있지만 예전 전공을 살려 민간 항공기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보통 항공기라고 하면 미국의 보잉이나 프랑스의 에어버스를 떠올리지만, ‘기술의 혼다’라는 슬로건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항공기 산업을 언제까지 미룰 순 없는 노릇입니다. 

자동차는 대략 3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지는 반면, 항공기는 약 100배인 300만개의 부품이 필요합니다. 대신 결과도 아주 값진 편이죠. 항공기 산업의 부가가치율은 자동차 산업에 비해 4배 이상 높습니다. 34.6% 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이 사실 만으로도 투자가치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항공기 산업의 관건은 기체 설계 기술입니다. 생산액 중에서 약 60%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죠. 혼다가 아직까지 잘하고 있는 엔진 부분은 전체 중 30%밖에 차지하지 않습니다.

물론 예전처럼 항공기 산업에 뛰어든 데는 21세기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은 옛 실크로드의 영광을 다시 누리기 위해 1년에 100개씩 공항을 짓고 있습니다. 아마도 육상 교통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보다는 넓은 땅에 활주로를 건설하는 게 빠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게 바로 대륙 스케일이죠.

모터쇼다 보니 실제 항공기를 전시하진 않았지만 부스 한켠에 있는 혼다젯(HondaJet) 전시물을 보더라도 대충 짐작이 가는 수준이었습니다. 심지어 스펙도 적혀 있더군요. 항속거리는 2,185km, 최고속도는 778km/h, 최대운용고도는 약 1만 3000m, 탑승인원은 파일럿을 포함해 7명입니다. 그러니까 4인 가족이 탑승하고 기장 한 명, 승무원 한 명, 마지막으로 집사가 한 명 따라가면 딱 맞는 구성입니다. 가격은 제가 아직 주문 전이라 견적서를 안 받아봐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대당 460만달러, 오늘 환율 기준으로 51억 5000만원 되겠습니다.

미쓰비시는 약간 다른 컨셉입니다. 얼핏보면 캠핑을 위한 차량 전시쯤으로 생각할 수 있겠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최대 1500W의 전력을 제공합니다. 이게 어느 정도의 출력인지 이해가 안 될 것 같았는지 메뉴판처럼 보이는 전기 사용표를 앞에 세워뒀습니다. 아침밥으로 토스트와 커피를 마실 경우, 커피메이커가 400W + 휴대용 냉장고가 60W + 토스터가 1000W를 소모합니다. 그럼 1460W. 차에서 동시에 모든 기기를 돌려도 거뜬히 가능하다는 뜻이 됩니다. 가솔린을 가득 채우고 약 열흘간 이 같은 전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집을 나가 살기가 점점 쉬워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미쓰비시가 전기차를 만든 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전기차의 역사가 반백살이라니요.

컨 오쿠야마는 자동차 디자인 스튜디오인 피닌파리나에 근무하던 시절, 페라리 엔초와 599, 그리고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디자인한 인물입니다. 혼다 NSX 디자인에도 참가했고 포르쉐 996과 박스터도 그의 손을 거쳐갔습니다. 독립해 그의 이름을 딴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면서부터 자동차뿐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JR EAST(동일본철도) 프로젝트를 위해 디자인한 럭셔리 크루즈 기차는 총 10량의 기차에 단 34명의 승객만 탑승 가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변천을 즐기는 기차’를 컨셉으로 다가오는 2017년부터 운영 예정입니다.

약간 변방에 위치한 부스를 방황하던 중 추억의 브랜드와 만났습니다. 카메이트(CAR MATE)란 곳입니다. 예전부터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카**을 들락거리던 분이라면 한 번쯤 봤을 법한 브랜드죠.

반가운 마음에 담당자에게 “내가 너네 제품 빠(?)였는데 갑자기 한국에서 안 팔아서 망한 줄 알았다”고 실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담당자 대답이 더 가관이군요. 잘 안 팔려서 철수했다고 합니다. 역시 추억은 추억으로 남았을 때 아름다운 법입니다.

그래도 옛정을 생각해 몇 가지 흥미로운 제품을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베이스 캐리어라는 제품입니다. 자동차 지붕에 캐리어를 달면 전체 하중을 스마트폰을 통해 알려줍니다. 지붕이 주저앉을 정도로 무식하게 짐을 얹을 일은 없겠지만 요즘은 캠핑할 때 한살림을 얹고 가시는 분들이 많으니 유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좌우 밸런스까지 표시해주니 안정적인 적재가 가능합니다. 코너링에 도움이 되겠죠?

아직 미혼에 물론 애도 없으니 크게 감흥은 없습니다만 카시트 안에 있는 아기에게 빛이 비치면 자동으로 햇빛 가리개가 동작하는 스마트 차양막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아기보다는 보호자가 더 좋아할 만한 기능인 것 같습니다.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자동차의 시동을 켜는 장치입니다. 예전 인기 있던 원격시동용 ‘삑삑이’를 생각나게 만드는 제품입니다. 그런데 블루투스로 차량 제어를 한다고 하니 큰 효용성은 없어 보입니다.

애연가를 위한 진정한 차량용 재떨이. 지금껏 제대로 담뱃불을 끄지 않아 구박을 당하셨다면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을 끄는 곳에서 물이 나와 완벽한 화재 진압을 돕습니다.

타이어에 대충 걸치고 주행하면 단단히 조여지는 스노체인입니다. 그런데 내년말 출시 예정이라는군요. ‘나니고레…(뭐야 이거)’

루프 캐리어 지붕에 태양열 전지가 달려있어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뚜껑을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그냥 저는 손으로 여닫는 대신 가격이 저렴했으면 좋겠습니다.

TV 프로그램이나 애니메이션에서 한참 재미질 때 맥을 끊는 광고나 영상을 ‘아이캐치’라고 부릅니다. 제 취향입니다. 잊으셨을까봐 다시 말씀드리지만 당연히 자동차 얘깁니다.

다이하쓰는 토요타 자동차의 자회사로 경차 부분을 전담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차와 컴패니언 모델(일본에서는 레이싱 모델이라는 말 대신 씁니다)을 차량 컨셉에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이것은 우리가 반드시 지향해야만 하는 모터쇼의 참 모습이라 생각해야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셔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잠시 졸려서 유체이탈을 한 것 같습니다.

야마노테선(서울 지하철 2호선과 비슷하게 동경을 순환하는 녹색 전철) 아닙니다. 케이블카 같아 보이지만  휠체어 탑승을 쉽게 하기 위해 지상고를 낮춘 모델이라고 합니다. 초고령화 사회를 달리고 있는 일본에선 충분히 존재할 법한 모델입니다. 모델명 또한 타고 내린다는 뜻의 NORIORI.

D-base는 저연비를 추구하는 e:S(Energy Saving) 기술을 적용한 모델로 660cc 3기통 엔진을 통해 3리터로 100km를 달리는 모델. 제조사에서 밝힌 연비는 리터당 35.2km.

TEMPO는 경차 계열 상용차로 푸드 트럭 컨셉으로 꾸몄습니다. 마치 오징어 배에 걸린 집어등처럼 걸윙 도어에 LED 조명을 달아 손님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 일본보다는 오히려 국내에서 더 반응이 좋을 것 같은 차체 구성이군요.

‘편안한 휴식’을 테마로 만든 HINATA. 좌우 여닫이식 도어로 넓은 개방감을 자랑하고 다양한 좌석 배치가 가능해 마치 툇마루에 앉아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합니다. 히나타(ひなた)는 우리나라 말로 양지, 볕이 바로 드는 곳을 뜻합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컨셉카 중 가장 희한한 구조를 지닌 토요타 KIKAI. 외부로 돌출된 특이한 서스펜션 구조에 운전석 뒤로 2인승 시트를 장착한 3인승 모델입니다. 현실 세계보다는 그들의 애니메이션에 더욱 어울릴만한 모델.

FCV PLUS는 연료전지차 컨셉입니다. 미쓰비시와 마찬가지로 발전 기능을 갖춰 가정용 전원 공급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바퀴 사이에는 연료전지를 장착하고 수소 탱크는 리어시트 뒤쪽에 자리합니다. 마치 LPG 가스통을 수소 탱크가 대체하는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앞쪽부터 토요타 C-HR 컨셉, 신형 프리우스, S-FR입니다. S-FR이 단연 주인공이었죠. 토요타 스포츠 쿠페의 전설인 하치로쿠(86) 소형 버전입니다. 2+2 시트 배치에 휠베이스는 2,480mm. 참고로 MINI가 2,495mm입니다. 경량 스포츠카의 계보를 잇는 컨셉 모델인 만큼 기민한 운동성능은 필수 조건이겠죠. 엔진은 앞쪽에 탑재하고 뒷바퀴를 굴리는 FR 구동방식에 6단 수동변속기를 채택했습니다.

일본에서는 혼다 S660과의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을듯합니다. 국내에선 S-FR이 제일 중요한데 가장 멀리 있어서 CG처럼 잘 나온 프레스 이미지를 추가합니다.

국내에 진입한 적이 없어 더욱 낯선 마츠다는 로터리 엔진의 부활을 알리는 프로토타입 스포츠카 RX-VISION을 발표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RX-7의 후속 모델이라는 점입니다. 아직도 일본인은 RX-7에 대한 진한 향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RX-8이 아닌 RX-7의 아이코닉 모델을 선보이려는 전략을 세웠겠죠. 격동의 70년대 생은 누구나 겪었을법한 현대 스쿠프에 아련한 추억이 있듯이 말입니다. 마츠다는 1967년부터 로터리 엔진 생산을 시작해 지난 2012년 RX-8을 단종시키는 순간까지도 로터리 엔진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던 회사입니다.

5도어 컨셉의 차기 임프레자는 내년말 출시 예정입니다. 스바루 글로벌 플랫폼을 새롭게 적용한 모델입니다. 그동안 스바루가 듣던 ‘엔지니어만 있고 디자이너가 없다’라는 말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디자인입니다. 스바루 브랜드의 회사명인 후지중공업 대표가 나와 “2020년엔 고속도로에서 자동운전을 실현하겠스무니다”라고 공언까지 했습니다. 지극히 미국 테슬라 자동차 CEO인 엘런 머스크를 의식한 키노트였습니다. 북미 자동차 시장에선 2020년을 무인 자동차 보급의 원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2020 우주의 원더키디’라는 만화로만 기억하던 2020년이 이제 불과 5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인 폭스바겐입니다. 거의 대다수의 지역이 그렇겠지만 일본에서 폭스바겐의 이미지는 ‘패밀리카’ 성향이 무척 강합니다. 그래서 왜건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시 차량 모두 이미 출시한 모델이지만 한때 5세대 GTI를 신나게 타고 다녔던 옛정을 생각해 몇 장 올려봅니다. 그리고 딱 한마디만 하렵니다. ‘지못미…’

누군가 말했습니다. 포르쉐는 결코 비싼 차가 아니라고. 그냥 우리가 돈이 없는 거라고. 모든 튜닝이 완벽하게 된 채로 출고되기 때문에 시동을 걸고 달리기만 하면 되는 차이기에 가성비로는 당해낼 차가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땐 얼토당토않게 들렸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말입니다. 포르쉐 라인업에서 모두 끝판왕 자리를 차지하게 될 911 GT3RS와 카이맨 GT4를 전시했습니다.

2020년 이후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될 ‘셰어 네이티브(Share Natives)’ 세대를 위한 컨셉카라고 합니다. 자동차 안에서 친구와 연결해 체험을 공유할 수 있는 경량 전기차 TEATRO for DAYZ입니다.

새하얀 내부 인테리어라 보고 싶은 영상을 틀어놓고 즐길 수 있다는 지극히 일본스러운 컨셉카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3 시절 그란투리스모6부터 선보인 닛산 컨셉 2020 비전 그란투리스모입니다. 2020년이라는 숫자가 자주 등장하는 걸로 봐선 분명히 그때가 자동차 산업의 큰 변곡점이 될 분위기입니다.

주저리주저리 사진을 곱씹어가며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덧 새벽이군요. 마지막 도쿄모터쇼 기사는 동경에 거주하는 지인과 나눴던 일본 자동차 이야기와 IT전문가의 무인/전기 자동차에 대한 의견을 놓고 벌였던 ‘설전’을 위주로 풀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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