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체제 굳히기 일환 시각…전자ㆍ금융 축으로 더 가속화될 듯
삼성그룹이 지난 연말 한화그룹 매각에 이어 롯데그룹과 화학계열사 빅딜을 사실상 성사시켰다. 당초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백기사로 나섰던 KCC그룹으로 인수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최종 인수자는 롯데그룹으로 결정났다. 이로써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9일 삼성과 롯데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삼성그룹의 삼성SDI 케미칼부문(90%), 삼성정밀화학(31.23%), 삼성BP화학(49%)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3개 회사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뒤 최종 인수 가격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3곳 화학계열사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최소 3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11월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에 핵심 화학계열사인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을 비롯해 방위산업계열사인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4곳을 매각하는 '빅딜' 성사 이후 근 1년만이다.
이번 롯데와 빅딜로 삼성그룹에 남은 화학계열사는 모두 정리하게 된 셈이다.
삼성그룹은 이번 계열사 재편에서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한 뒤 지분 90%를 롯데케미칼에 매각할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지분 10%는 삼성SDI가 3년간 보유하는 방향이다. 삼성정밀화학 지분은 삼성SDI(14.65%)와 삼성전자(8.39%) 등이 보유 중이고, 삼성BP화학은 삼성정밀화학이 지분율 49%를 갖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삼성정밀화학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BP화학의 지분 29.2%를 819억원에 전량 인수하면서 지분율을 49%까지 늘렸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초 삼성그룹이 KCC그룹에 화학계열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은 맞는 듯 하다"며 "다만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롯데그룹의 적극적인 구애를 수용해 넘기는 것으로 결정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계열사 재편작업도 전자와 금융을 축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삼성그룹의 계열사 재편작업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으로 전자와 금융 체제를 모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두 영역 모두 이 부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라는 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