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스포츠 마케팅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입력 2015-10-2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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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

국내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만약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십니까?” 그러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미국인들의 삶이 야구장의 ‘스카이박스’화 되는 현상을 막는 캠페인을 전개하겠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야구장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든 우편물 분류소의 말단 직원이든 서로서로 함께 앉아 야구를 관람했던 곳이고, 비가 오면 모두 다 비에 젖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경기장은 스카이박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카이박스는 특권층의 사람들에게 시원한 에어컨을 제공하고, 그들을 훌륭한 시설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합니다. 눈 아래 내려다보이는 대중으로부터 말입니다. 이와 유사한 일들이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유층의 사람들은 공립학교나 군복무와 같은, 대중을 위한 시설들로부터 분리되어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제는 사회의 서로 다른 ‘계급’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들은 갈수록 줄어만 갑니다.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이 분리된 삶을 살아가는 현상이 사회 전반에 급속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여가 시간의 증가 및 프로스포츠의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그 어느 때보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을 소위 스포츠 전문가나 그렇지 않은 대중 모두 ‘스포츠 산업의 발전’이라는 포괄적 용어로 해석하곤 한다. 하지만 특정 분야의 산업화는 단순히 해당 분야의 비즈니스화나 ‘상업화’와 동일시될 수 없다. 산업혁명이 농경사회의 뒤를 잇는 단순 연결고리가 아니라, 그 존재 때문에 우리 사회가 지식 정보화 사회로 진입이 가능했던 혁신적 변화의 시발점으로 평가받듯이, 결국 산업화란 근본적인 변화의 시발점을 의미한다. 즉, 상업화는 산업화란 거대한 진보의 조류 안에서 발생하는, 무수히 많은 작은 물줄기 중 하나일 뿐이다.

스포츠의 대중화란 무엇인가?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포츠 산업의 발전’이라는 포괄적 용어로 해석되는 간단한 현상인가? 예전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스포츠 산업은 스포츠가 대중에게 보급되고 활성화되는 과정 자체이자 동시에 결과 자체인 복합성을 띤다. 즉, 이는 소비자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스포츠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소비층의 대중화와 이들의 영향력이 증대되는 과정이다. 또한 이로 인해 공급자와의 협상력이 제고되고 이를 둘러싼 제도·시스템이 선진화되는 결과를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스포츠의 대중화는 산업화와 동일한 개념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스포츠 산업에서 스포츠 마케팅이나 경영학의 학문적 정체성과 그 역할은 무엇인가? 프로스포츠의 인기 증대, 월드컵·올림픽과 같은 메가 이벤트에서 파생된 비즈니스의 성공을 떠올렸다면, 이는 무수히 많은 작은 물줄기, 즉 결과를 추구하는 상업화를 위한 반쪽 자리 역할에 불과하다.

생활체육이나 엘리트체육을 불문하고, 참여자의 직접경험과 자아실현, 그들의 고귀한 땀과 눈물, 그리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 있는 스포츠. 결단코 시상대 위에 오르는 결과보다 오르는 과정이 더욱 아름답기에, 스포츠를 향유하는 소비자로서의 대중으로 회귀하고 이들에 의해 견인되는 산업의 선순환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스포츠 마케팅과 경영학의 나머지 역할이 되어야 한다. 즉, 빈부의 격차도 출신의 성분도 무기력해지는 스포츠의 정수와 그 광대한 가치를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스포츠에서의 정의가 되어야 하고 그 이론적 토대와 근거가 바로 스포츠 마케팅과 경영학이 되어야 한다.

‘스포츠는 사회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헬조선’이란 단어로 정의로운 과정이 사라진 사회의 병폐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참여제한, 일등주의, 과정무시, 결과조작. 스포츠에 투영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들이다. 예전과 같이 스포츠를 통해 서로 다른 ‘우리’ 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과 기회의 회복. 바로 스포츠 마케팅과 경영학에서 ‘정의(正義)’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이유이다. 스포츠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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