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0월 17일 紅葉良媒(홍엽양매) 붉은 단풍잎은 좋은 중매쟁이

입력 2015-10-1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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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단풍잎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 당(唐) 희종(禧宗) 때 궁녀 한씨가 추흥(秋興)에 겨워 단풍잎에 시를 써서 물에 띄워 보냈다. “흐르는 물 어찌 이리 급할까/깊은 궁궐 온 종일 한가로운데/은근히 붉은 잎 하나 부치노니/인간세상으로 잘 가거라”[流水何太急 深宮盡日閒 慇懃付紅葉 好去到人間]

우우(于祐)라는 남자가 그걸 건져 읽고 상류로 올라가 화답하는 시를 단풍잎에 써서 띄워 보냈다. “꽃 떨어질 때의 서글픈 심정 홍엽에 쓴다는 말 들어/홍엽에 시를 썼으나 그 누구에게 부칠꼬”[曾聞葉上題紅怨  葉上題詩寄阿誰]

우우는 그 뒤 한씨를 신부로 맞게 됐다. 오랜 가뭄 등 나라에 재앙이 있으면 여자의 한 때문이라고 믿어 궁중의 여자들을 민가로 돌려보냈는데, 이때 한씨도 끼어 있었다. 우우는 혹시나 싶어 첫날밤에 붉은 잎을 내보였다. 한씨도 붉은 잎을 내보이며 아래와 같이 시를 지었다. 둘의 합작이라는 설도 있다.

“한 구절 아름다운 글귀 물 따라 흘러가니/10년의 깊은 시름 가슴에 가득했네/오늘 이렇게 봉황의 짝 이룬 것은/붉은 잎이 좋은 중매한 것임을 이제 알겠구나”[一聯佳句隨流水 十載幽愁滿素懷 今日已成鸞鳳侶 方知紅葉是良媒] ‘태평광기(太平廣記)’에 홍엽지매(紅葉之媒), 붉은 단풍이 중매를 섰다는 뜻으로 실려 있다. 시에 나오는 대로 홍엽양매(紅葉良媒)라고도 한다.  

시인들이 이 낭만적인 이야기를 놓칠 리 없다. 고려 문인 이인로(李仁老· 1152~1220)는 ‘초서 족자를 두고 짓다’[題草書簇子]라는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단풍잎에 시를 지어 써서 궁성 밖으로 내보내니/눈물 자국 먹에 아롱져 더욱 분명하네/궁전 도랑에 흐르는 물 도무지 믿을 게 못 돼/궁녀의 한 조각 정을 밖으로 흘려 보냈구나”[紅葉題詩出鳳城 淚痕和墨尙分明 御溝流水渾無賴 漏洩宮娥一片情]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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