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100조 규모 국내기업 M&A, 법률자문 해외로펌에 잠식

입력 2015-10-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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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장 개방 앞두고 업계전망 ‘안갯속’… 지분율 제한 등 국내로펌 보호나서

한·유럽연합(EU),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국내 기업의 해외 소송을 독식하고 있는 해외 로펌들은 협정에 따라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속속들이 분사무소를 개설하고 있지만, 국내 법률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장벽에 가로막혀 실제 법률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국내시장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국내 로펌들도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등의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법무부는 지난 8월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국내로펌과 외국로펌이 합작법무법인을 설립할 경우 외국로펌 지분율과 의결권을 최대 49%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외 거대 로펌에 의해 국내 법률시장이 잠식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로펌들은 ‘FTA 취지에 반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합작에 참여하는 로펌의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실제적으로 시장이 개방되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 로펌과 합작할 수 있는 해외 로펌은 분사무소 등인 아닌 ‘본사’라야 하고, 합작로펌은 유한책임이 아닌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상속 등 국내법 업무는 합작법무법인이 다룰 수 있는 사건에서 제외했다.

반면 국내 변호사 업계는 이러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질적, 양적으로 월등한 해외 유명 로펌이 합작법무법인을 자유롭게 설립하게 된다면 사실상 국내 로펌은 해외 대형 로펌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법무부는 3단계 개방이 전면 개방이 아닌 만큼 섣부른 예단은 이르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향후 법률시장 변화를 감안해 개방폭을 넓힐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로펌들은 국내 법률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대형 국내로펌의 한 중견 변호사는 “아직까지는 국내 로펌과 해외 로펌 시장이 겹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사건을 해외 로펌들이 제대로 처리하지도 못하고 있고,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사건을 국내 로펌이 처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실제 로펌들 간 시장 싸움이 본격화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대한변호사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외국 로펌이 국내 로펌과 공동으로 사건을 수임한 사례는 2013년 미국계 로펌인 폴 헤이스팅스가 1건을 신고한 이후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사실상 국내에 진출한 해외 유명 로펌들은 기존 고객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사무소를 설립한 정도로 보면 된다”평가하면서도 “국내 기업 사정을 잘 아는 자국 변호사와 전문인력을 갖춘 해외 로펌이 함께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법률 분쟁 비용 지출을 꺼리는 국내기업 정서상 한계가 있어 국내 로펌이 해외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반면 글로벌 기업이 연관된 특정 분야는 이미 해외 로펌의 국내시장 잠식이 현실화된 측면도 있다. 지난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 국내 기업 인수합병 945건을 자문한 상위 20개 로펌 중 14곳은 외국계 로펌이었다. 800억 달러(약 100조원) 규모의 시장이 해외 로펌에 잠식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로펌이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효과로 분석되기도 한다. 법무법인 지평은 중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 진출해 국내 로펌 중 가장 많은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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