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의 그런데] ‘육룡이 나르샤’ 길태미부터 모유먹는 돼지까지 다 ‘리얼’이라고요?

입력 2015-10-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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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육룡이 나르샤' )

‘육룡이 나르샤’가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월화드라마 1위로 올라섰습니다. 방송 후 포털 사이트 1위에 극중 인물의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합니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이어지는 격변의 역사를 ‘철혈군주’ 이방원을 시선에서 재해석 했다는 점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데요. ‘사극본좌’ 김명민부터 ‘대세배우’ 유아인까지, 연기 구멍이 없다는 점도 흥행 요인 중 하나죠.

그런데 말입니다

‘육룡이 나르샤’를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장면이 나옵니다. 모유 먹는 새끼돼지나, 화장하는 길태미, 몽고어(잔트가르)를 말하는 어린 이방원 등이 대표적이죠.

이 장면들은 ‘픽션’일까요? ‘리얼’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반반입니다.

우선 이명민과 유아인을 제치고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박혁권씨부터 살펴볼까요? 그가 연기하는 길태미는 고려 후기 무신 임견미를 모티브로 창조된 가상의 인물입니다. 임견미는 고려 말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던 이인임의 심복이었습니다. 공민왕 시절 홍건적이 침입했을 때 나주도병마사로 왕을 호위해 막강한 권력을 얻었죠. 그런데 그는 무사임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옹졸했다고 합니다. 고려사에는 ‘임견미는 시샘이 많고 음흉하다’란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화장’을 통해 그의 성격을 더 부각시키기 위한 연출진들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SBS '육룡이 나르샤' 캡처)

모유 먹는 새끼돼지도 ‘리얼’일까요? ‘육룡이 나르샤’ 1화에서는 이인겸이 갓 아이를 낳은 여인들을 납치해 새끼 돼지에게 억지로 젖을 물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고려 말 부패한 권문세족들의 패악이 그대로 느껴지는데요.

이 일화는 서기 3세기 중국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서진을 세운 무제는 하룻 날 신하인 왕무자의 집을 찾았습니다. 왕무자는 술과 기름진 음식을 올리며 무제를 극진히 대접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진수성찬 가운데 유독 새끼돼지 찜의 맛이 좋았습니다. 무제가 그 이유를 묻자 왕무자는 “사람의 젖을 먹였다”고 답했습니다. 맛의 비법(?)을 들은 무제는 매우 불쾌해 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고 합니다.

작가가 이인겸의 절대악을 표현하기 위해 ‘세설신어’에 담긴 무제의 일화를 고려의 시대상에 녹인 것으로 보입니다.

(SBS '육룡이 나르샤' 캡처)

어린 이방원이 아버지 이성계를 ‘잔트가르’라고 칭송하는 장면도 생소하시죠? 잔트가르는 ‘최강의 사내’라는 뜻을 가진 몽고어입니다. 30년 넘게 고려가 원의 간접지배를 받다 보니 몽고의 문화부터 언어, 복장 등이 자연스레 흡수된거죠. 몽고과 고려의 시대적 배경을 함축적으로 보여준 장치였네요.

몽고 문화는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연지곤지, 설렁탕, 소주, 순대 등이 대표적이죠. 이를 몽골풍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매사냥, 인삼재배, 떡, 쌈 등과 같은 고려의 풍습도 몽고에 전해졌습니다.

(SBS '육룡이 나르샤' 캡처)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죠. 역사 속 실제 인물과 사실들을 알고 보면 드라마가 더 ‘꿀잼’이지 않을까요. 오늘(13일) 4화에서 유아인이 첫 출연한다고 하는데, 그가 그려내는 이방원은 어떤지 꼼꼼히 살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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