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가스 조작 후폭풍…‘폭스바겐 안방’ 볼프스부르크, ‘독일판 디트로이트’로 전락하나

입력 2015-10-1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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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 12만명 중 7만2000명이 폭스바겐 직원...도시 경제 타격 우려 커져

▲독일 볼프스부르크 폭스바겐 본사에 차량이 줄지어 들어가고 있는 모습. 블룸버그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의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폭스바겐 의존도가 높은 이른바 ‘자동차의 도시들’을 강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도시의 경제가 앞서 몰락한 미국 자동차의 본고장 디트로이트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곳은 볼프스부르크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서쪽으로 200km 떨어진 이곳에는 폭스바겐의 본사와 회사의 최대 공장이 들어서 있다. 이 도시는 폭스바겐이 ‘먹여살린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스바겐은 이곳에 공장과 본사만 둔 것이 아니라 은행과 정육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축구 구단인 폭스바겐 아레나도 볼프스부르크에 본적을 두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폭스바겐 차량은 연간 84만대 정도다. 지역 주민 12만 명 중 7만2000명이 폭스바겐 직원이다. 그만큼 지역 경제가 폭스바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볼프스부르크 한 지역주민이 “폭스바겐은 여기서 신”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러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폭스바겐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원망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됐다. 당장 급여 걱정은 물론 고용 불안감마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마티아스 뮐러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볼프스부르크 공장을 찾아 2만여 명의 직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고통 없이 위기 극복은 불가능하다”며 대규모 감원을 시사했다. 회사는 이번 파문이 직원들의 보너스 등 임금은 물론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볼프스부르크 시 당국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폭스바겐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법인세가 이 지역 한 해 예산의 3분의 1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볼프스부르크 시장은 도시 정비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볼프스부르크가 ‘독일판 디트로이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다. 이 지역에만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국 빅3 자동차가 몰려있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하면서 이 지역 경제는 무너졌다. 그 결과 디트로이트는 미국 범죄율 3위의 위험한 도시로 전락했으며 도시 빈민율이 42.3%에 달하는 등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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