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TPP에 비판적 여론 커·대선 부담도…캐나다도 총선 앞두고 있어
12개국이 참가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5일(현지시간) 7년 만에 극적으로 타결됨에 따라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 탄생하게 됐다. 그러나 미국 등 협상 참여국들은 자국 의회의 승인이라는 험난한 관문을 넘어야 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와 집권 자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TPP 비준안이 무리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행정부에서 무역협정을 직접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베트남과 브루나이 등도 협정 발표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은 의회의 관문을 넘기가 만만치 않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TPP 타결 소식이 전해진 이후 성명에서 “중국이 세계 무역 질서를 다시 작성하는 일을 두고볼 수 없었다”며 “TPP는 미국 노동자 마땅히 누려야 하는 성공을 위한 공정한 기회를 부여해줄 것”이라고 기뻐했다. 그러나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는 예전부터 노조의 눈치를 살피면서 TPP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무역협정을 찬성해왔으나 2016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TPP 비준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다.
게다가 TPP 비준에 걸리는 기간도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에 통상 교섭 권한을 일시적으로 위임한 무역협상촉진권한(TPA) 법안에 따르면 이날 합의가 이뤄진 이후 대통령이 협상안에 정식 서명하기까지 90일간의 경과 기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의회에 TPP 이행 법안을 제출하는 것은 내년 2월 이후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TPA도 지난 5월 처음 법안이 올라와 40일 이상에 걸친 치열한 공방 끝에 근소한 차이로 가결됐기 때문에 TPP는 이보다 더 통과가 어렵다는 것이 외교 소식통들의 예상이다. 법안이 올라오면 의회는 60일 이내 표결을 통해 찬반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내년 3~4월께 TPP의 조기 처리 여부 윤곽이 잡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 장벽에 부딪히면 한미 FTA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한미 FTA는 지난 2007년 4월 협상이 타결됐으나 미국 의회의 반대 여론 때문에 5년이 지난 2012년 3월에서야 공식 발효됐다.
캐나다도 오는 19일 총선을 앞두고 있어 TPP 의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캐나다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총선 부담에 낙농품 시장 개방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