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개인 투자자 200여명이 유럽중앙은행(ECB)을 상대로 1200만 유로(약 158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2012년 그리스 채무 조정 당시 불공정한 조건 때문에 손해를 봤다는 이유에서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투자자는 ECB가 그리스에 대한 민간부분 채무 조정을 하면서 ‘동등한’ 채권자 지위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유럽사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ECB가 그리스 정부 부채 보유분을 상황 기일 규정이 없는 채권과 교환함으로써 손실을 회피한 반면 민간 투자자들에게는 53.5%의 헤어컷(채무탕감)의 부담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즉 그리스 채무조정 과정에서 ECB는 부당 특혜를 받았고, 민간 채권자들은 과도한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소가 받아들여지면 ECB 상대로 한 투자자들의 제소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소식통에 따르면 한 프랑스의 은행이 ECB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며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
텔레그래프는 ECB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 대응과 관련한 역할을 놓고 수차례 소송에 직면했으나 지금까지 영향을 받은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럽사법재판소는 지난 1월 ECB가 높아지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자금 차입 비용을 낮추려고 실시한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에 대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