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차이나-위기의 신창타이] ④안이한 대처 증시혼란 불러… “개혁 지체하면 성장률 추락”

입력 2015-10-0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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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증시 40% 폭락에 세계 금융 ‘패닉’… 내수시장 구매력 점진적 향상에 초점 공공지출·환경개선 투자 늘려가야

전문: 시진핑 시대에 접어들면서 중국 경제가 개혁개방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성장 속도를 늦추는 대신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개혁을 추진하면서 안정적이고 견실한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시도가 흔들리고 있다. 경기 둔화가 심화해 7% 성장률 목표 달성이 위태롭다. 새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증시는 오히려 혼란에 빠지면서 중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날로 쌓여가는 부채 문제도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시진핑 지도부는 현 위기에 대해 어떤 해법을 제시할 것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5월 허난성을 시찰했을 당시 “중국 경제가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며 ‘신창타이’를 새로운 화두로 제시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7월 정치국 회의에서 제13차 5개년 경제계획(2016~2020년)에 대해 “경제 거시조정을 개선하고 중고속 경제성장을 유지한다”며 “‘신창타이’를 인식하고 이에 적응하며 선도해 나갈 것”이라는 기본 방침을 결정했다. 이는 시진핑ㆍ리커창 등 현 지도부 임기 내내 경제정책의 핵심은 ‘신창타이’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중국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간 이어졌던 고속성장 시대가 끝나 가면서 중국은 ‘신창타이’로의 원만한 전환에 성공할지 아니면 추락할지 기로에 서게 됐다.

‘신창타이’의 원래 뜻인 ‘뉴노멀(New Normal)’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은 경제성장세가 지속하는 것을 가리키듯 시 주석이 자국 경제를 ‘신창타이’로 규정한 것은 중국의 고성장 시대가 끝났음을 인정한 것이다. ‘신창타이’의 핵심은 경기둔화를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진 가운데 소비와 시장 역할 확대와 도시화, 소득분배 개선 등 개혁에 박차를 가해 장기적으로 경제 펀더멘털을 견실하게 다지는 데 있다.

시진핑은 지난 2012년 공산당 서기에 올라 정권을 장악하고 나서 3주년째인 올해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중국 경제가 단순히 둔화가 아니라 추락할 위기에 놓여 있고 증시혼란으로 시장에 더 큰 역할을 맡기겠다는 개혁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됐다.

중국의 지난 1분기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각각 7%로, 올해 정부 목표를 간신히 지켰으나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성장률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7%선이 깨지면 시장이 더욱 혼란해질 것을 우려해 중국 정부가 통계 왜곡을 했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6월 7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나서 거품이 붕괴해 이후 40% 가까이 하락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해 11월 이후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인하하는 등 공격적 부양책을 펼치고 있지만 경제지표도 여전히 부진하다. 지난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6.1% 증가에 그쳐 시장 전망인 6.6%를 밑돌았다. 수출입도 급감하면서 3분기 GDP 성장률이 7%를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지도부의 안이한 인식도 경제 혼란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말로는 ‘신창타이’ 시대를 맞아 개혁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부르짖었으나 실제로 위기가 닥치자 이전 정권처럼 경기부양책에만 매달리다 역풍을 맞은 것이다. 인민은행이 지난 8월 중순 위안화의 기록적 평가절하를 단행하자 시장에서는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부양 효과보다는 중국 경기둔화가 훨씬 심각하다는 우려에 주목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2008년에도 주식 버블이 붕괴해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세계 경제가 크게 요동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7년간 중국의 GDP가 2.5배 늘고 세계 경제와의 관계도 깊어지면서 ‘신창타이’를 맞는 중국 경제의 성패가 글로벌 경기를 좌우하게 된 것이다.

중국 경제가 비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지난달 초 기사에 따르면 중국의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GDP는 개혁개방 전 미국의 3% 수준에서 현재 25%로 높아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렇다 할 천연자원 없이 중국과 비슷한 성과를 낸 국가는 한국과 일본, 대만, 베트남 정도밖에 없다. 중국의 1인당 GDP는 미국과 비교하면 1980년대 중반 한국의 수준 정도다. 한국의 1인당 GDP는 그 이후 약 네 배 증가했다. 중국이 한국처럼 1인당 GDP를 늘릴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경제규모가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커지게 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 연평균 10%의 고도 성장에서 7% 성장률로 부드럽게 감속하는 ‘신창타이’에 성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8월 중국 경제 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은 개혁이 없다면 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성장률이 5% 내외로 축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급격한 전환도 중국 경제에는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유럽정책연구센터의 대니엘 그로스 소장은 “중국 투자가 현재 단계에서 안정을 찾는다면 경제성장률은 약 6%로 떨어질 것”이라며 “GDP 대비 투자 비율이 지금보다 약 10%포인트 낮아질 필요가 있으나 갑자기 그렇게 되면 내수도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GDP 대비 투자 비율이 2000년대 초반 수준인 35%로 낮아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나 이런 전환이 너무 빨리 이뤄지면 결국 내수 역할을 키우겠다는 개혁이 좌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FT의 수석 칼럼리스트인 마틴 울프는 “중국 정부가 ‘신창타이’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혁을 지속하면서 소비자의 구매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며 공공지출과 환경 개선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라며 “이런 대응은 중국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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