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하루 한 생각] 9월 29일 訥言敏行(눌언민행)
말은 서투른 듯이, 행동은 민첩하게
26일에 금설폐구를 이야기하면서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을 한자로 金舌蔽口로 쓴다고 했다. 비슷한 말이 참 많다. 금구폐설(金口閉舌) 함설폐구(緘舌閉口) 폐구포설(閉口捕舌) 폐구장설(閉口藏舌) 폐구결설(閉口結舌) 두구결설(杜口結舌) 두구절설(杜口絶舌) 두구목설(杜口木舌) 함구결설(緘口結舌) 금구권설(噤口卷舌, 噤口捲舌) 등. 맨 나중에 나오는 금구권설의 噤은 ‘입 다물 금’자다. 금구불언(噤口不言) 금성불어(噤聲不語) 구금불개(口噤不開), 이런 말도 있다.
불가에서는 업보(業報) 가운데 비중이 큰 것으로 구업(口業)을 꼽고 있다. 입으로 짓는 업보에는 망어(妄語)와 악구(惡口), 양설(兩舌), 기어(綺語)가 있다. 거짓말, 헐뜯는 말, 이간질하는 말, 꾸미는 말이다. 되도록 말을 삼가서 입으로 죄를 짓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입으로 두 말, 세 말 하는 것을 일황양설(一簧兩舌), 일구이언(一口二言), 일구삼설(一口三舌)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은 구경설박(口輕舌薄), 입이 가볍고 혀는 얇은 사람이다. 일황양설에 나오는 황(簧)은 혀와 동의어다. 원래 피리 등 관악기의 울림대를 일컫는 글자인데, 쓰임새가 혀와 같아 의미가 넓어졌다. 듣기 좋게 꾸민 교묘한 말을 교언여황(巧言如簧), 교설여황(巧舌如簧)이라고 한다.
논어 학이(學而)편에는 교언영색이라는 말이 나온다. 공자가 “그럴듯하게 꾸민 말과 부드러운 듯이 꾸민 반질한 얼굴을 한 사람에는 인자가 드물다”[巧言令色 鮮矣仁]고 말했다. 논어 양화(陽貨)편에도 같은 내용이 나오는 걸 보면 공자는 여러 번 이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에서 공자가 강조한 눌언민행(訥言敏行)은 논어 이인(里仁)편에 나온다. “군자는 말은 더듬는 듯 조심하지만 행동은 민첩하게 하려 한다”[君子欲訥於言而 敏於行]는 것이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