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한 중국 고가폰, 화웨이 메이트S 리뷰

입력 2015-09-2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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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5에서 중국 제조사는 여러 가지 의미로 주목받았다. 일단, 많았다. 그리고 컸다. 나는 지금 분명 베를린에 와있건만 독어보다는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리더라. 올해 참가한 업체의 20% 이상이 중국 브랜드였다고 하니 내 말이 과장은 아닌 것 같다.

단순히 숫자만 많으냐면 그것도 아니다. 이번엔 확실히 기술력 면에서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큼직한 가전제품은 직접 사용해보기 어렵지만, 작은 모바일 기기는 현장에서 쉽게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 그래서 화웨이의 새로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만나고 왔다.

요즘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을 보노라면, 과거의 삼성전자를 보는 것 같다. 적어도 이 탄탄한 제조사에 한해서는 ‘대륙의 어쩌구’라는 수식어를 붙일 레벨이 아닌 것 같다. 제품 만들어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일단 전 세계에 몇 없는 AP 자체생산 스마트폰 업체가 아닌가. 화웨이는 반도체 기업인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설립하고, 기술개발에 힘 쏟아왔다. 기린이라 불리는 모바일 프로세서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실제로 이전에 출시된 몇몇 제품을 리뷰해봤을 때 약간의 발열이 거슬리긴 했지만 기린 프로세서의 속도나 성능은 만족스러웠다. 최근에는 한 중국 IT 매체가 ‘기린 950’의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는데, 갤럭시S6에 탑재한 엑시노스 7420의 성능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한다.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중국발 통신의 신빙성에도 의문이 들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위협적이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전 세계를 삼킬 기세다. 과거 소니가 세상을 지배할 줄 알았건만, 오늘날 삼성전자가 갖춘 위상을 보자. 전례가 있는 괴담(?)이다.

IFA 2015 현장에서 중국 업체들에게 압도당해서인지, 서두가 길었다. 바로 화웨이 메이트S를 살펴보자.

일단 예쁘다. 솔직히, 최근에 봤던 스마트폰 중에 제일 예쁜 것 같다. 일단은 핑크색이 아닌가. 여심을 울리는 오묘한 핑크빛이다. 굳이 따지자면 핑크 골드 쯤 되는 은은한 컬러로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좌우 베젤도 거의 없이 깔끔하게 빠진 모습이다. 5.5인치 풀HD 해상도의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메탈 베젤은 엄청나게 얇아졌지만, 아쉽게도 그 안으로 화면 상 새까맣게 테두리 처리된 부분이 있어서 전면이 디스플레이로 가득 찰 때의 드라마틱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화면을 켜기 전까지는 제로 베젤 디자인에 감탄하는데, 화면을 활성화고 나면 약간 김이 식는다.

전면에는 고릴라 글래스를 사용해 매끄럽고 고급스럽게 처리했으며, 덕분에 약간의 볼륨감을 느낄 수 있다.

측면을 보면 기가 막히게 얇다. 후면을 풀 메탈 곡면 바디로 설계해,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이 자연스럽고 실제 두께보다 얇아 보이는 효과를 준다.

마감 처리도 기가 막히다. 이리저리 살펴보며 만듦새를 비교해보아도 애플이나 삼성의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 HTC와 애플의 디자인을 짬뽕해놨다는 느낌이 있지만, 이제 그런 건 의연해지기로 한다. 다이아몬드 커팅 공법과 나노미터 기술을 채택해 섬세한 마감을 보여주고 있다. 실물로 보면 훨씬 예쁜데, 오늘도 내 사진 실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제 그런 것도 의연해지기로 한다.

이번 신제품의 특징 중 하나가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센서나 인증 방식을 모두 넣었다는 것. 후면엔 지문 인식 센서를 넣고, 애플워치에 적용돼 화제가 된 포스터치 기술도 들어갔다. 곧 공개될 아이폰6S가 포스터치를 적용한 최초의 스마트폰일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 중국은 빠르다. 여기에 Knuckle 터치 2.0이라는 기능을 도입했다. 스마트폰 액정을 노크하듯 두드리면 바로 해당 화면이 캡처되고, 화면에 특정 알파벳을 그리면 카메라나 뮤직 플레이어가 실행된다. 나쁘지 않은 UI지만 왜 굳이 손가락 마디로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마케팅을 하면 다른 스마트폰은 손가락 마디로 터치가 안 되나… 싶은 착각이 들 것이다. 아니다. 다 된다.

지문 인식 기능은 현장에서 몇 차례 시도해보았다. 빠르게 응답하긴 하는데, 인식률은 기대 이하다. 내 지문이 이상한 것인가. 처음엔 자꾸 인식할 수 없다고 하더니, 수차례 더 시도하니 그때부턴 잘 되더라. 아무래도 낯을 가리는 모양…

포스터치는 현장에서 그 느낌만 살짝 체험할 수 있었는데, 이미지 확대 등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화웨이는 포스터치를 자랑하기 위해 부스 안에 작은 분수대까지 설치해 두었다. 화면 감도를 인식하는 기술인 만큼, 일정 감도로 화면을 누르면 분수대의 물줄기가 더 세게 분사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카메라도 좋다. 1300만 화소 후면 카메라에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술을 적용했다. 사실 전시회 부스는 카메라를 테스트하기에 최악의 환경이다. 몇 장 찍어봤지만 크게 감흥은 없었다. 그냥 초점 잘 잡히고 빠릿하게 찍히는구나… 하는 정도.

이럴 땐 차라리 셀카를 찍어보는 것이 더 좋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은 셀피 트렌드를 반영해 전면 카메라에도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데,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셀카가 정말 잘 나온다. 8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를 이용해 뷰티 효과를 적당히 넣으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으니 셀카 마니아들에게 강력추천…

촬영 기능도 다양하다. LG G4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ISP나 화이트 밸런스 등을 사용자가 직접 설정해 전문가 모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흠잡을 구석이 딱히 없다. 아이콘마저 예쁘다. 마지막으로 언급하지 않은 스펙을 마저 나열하자면 기린 935 옥타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며, RAM은 3GB. 배터리 일체형으로 용량은 2700mAh.

가격이 정말 중요하다. 최근 화웨이는 우리가 중국 기업에게서 기대하는 저렴한 가격 정책에선 한참 멀어진 상태다. 샤오미 같은 파격가를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공개한 메이트S는 32GB 기준 649유로. 오늘 환율 기준으로 환산하자면 87만원대다. 삼성전자도 출고가를 내리는 통에 상당히 고가 정책을 택한 것.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고 말겠다는 야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러니까 화웨이는 제2의 삼성, 혹은 애플이 되고 말겠다는 것이다. 저렴한 중국 업체로서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 점점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당장은 이 가격 정책이 무리수로 보일지 모르지만, 모를 일이다. 중국이니까. 부스를 빠져나오려다, 거대한 화웨이 로고를 뒤돌아서 다시 봤다. 메이트S의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미친 자신감과 아름다운 디자인이 만나 요망해 보이기까지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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