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9월 17일 共倒同亡(공도동망) 같이 쓰러져 함께 망한다

입력 2015-09-1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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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가 최근 “새정치연합은 공도동망(共倒同亡)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이 당의 혁신이 실패했다며 혁신위를 비판하자 “당인이라면 정당한 당적 절차를 존중하라. 싫으면 탈당해 신당을 만들라”고 받아치면서 한 말이다.

공도동망은 원래 넘어져도 같이 넘어지고 망해도 같이 망한다, 즉 운명을 같이한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같이 거꾸러져 함께 망한다’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쉽게 말하면 ‘너 죽고 나 죽자’다.

기미독립선언서의 다음 대목에 공도동망이 나온다. “또 2천만 함분축원(含憤蓄怨)의 민(民)을 위력으로써 구속함은 다만 동양의 영구한 평화를 보장하는 소이(所以)가 아닐 뿐 아니라, 차(此)로 인하야 동양 안위의 주축인 4억만 지나인의 일본에 대한 위구와 시의(猜疑)를 갈사록 농후케 하야, 그 결과로 동양 전국이 공도동망(共倒同亡)의 비운을 초치(招致)할 것이 명(明)하니, 금일 오인의 조선독립은 조선인으로 하야금 정당한 생영(生榮)을 수(遂)케 하는 동시에 일본으로 하야금 사로(邪路)로서 출(出)하야 동양 지지자인 중책을 전(全)케 하는 것이며, 지나로 하야금 몽매에도 면하지 못하는 불안, 공포로서 탈출케 하는 것이며, 또 동양 평화로 중요한 일부를 삼는 세계평화, 인류행복에 필요한 계단이 되게 하는 것이라. 이 엇지 구구한 감정상 문제리요.”

지금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독립선언서는 요즘 말로 고쳐 쓴 것이어서 공도동망이 나오는 대목은 “그 결과로 동양 전체가 함께 쓰러져 망하는 비운을 초래할 것이 뻔한 터에”라고 바뀌어 있다. 독립선언서가 처음 나올 때는 共倒同亡을 共倒同兦이라고 썼다. 兦은 亡의 본자(本字)다. 반대말은 공존공영(共存共榮) 또는 공생공영(共生共榮)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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