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증권사 ‘중신증권’ 몰락하나…당국 표적수사 급물살

입력 2015-09-16 09:13수정 2015-09-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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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밍 사장 등 고위 간부 내부자 거래 혐의로 체포…증시혼란에 시진핑 정부 분노 사

▲중신증권의 왕둥밍 회장. 신화뉴시스

중국 최대의 증권사이자 정부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중신증권이 몰락 일보 직전의 상황에 처했다.

중신증권의 청보밍 사장과 운영관리부 책임자인 위신리, 정보기술센터 부사장인 왕진링 등 고위 간부들이 내부자 거래 혐의로 공안(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25일 공안이 쉬강 이사 등 회사 관계자 8명을 위법적인 주식거래 활동으로 체포한 것과 연계된 조사다.

중국 증권당국은 공안과 연계해 증시 파동 이후 주요 증권사와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 전현직 간부, 경제지 기자 등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정부가 현재 여러 증권업체의 사업 관행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 공안이 관여했다고 인정하는 것은 중신증권 뿐이다.

중신증권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배경으로 지난 1979년 세워진 중국 첫 국영 투자기업 중신그룹의 자회사다. 회사는 지난 수년간 중국 금융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자처해왔다. 국경간 펀드스와프 등 다양한 거래방식을 도입해 외국 헤지펀드의 중국시장 접근을 중개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6월 중순 이후 중국증시가 무너지면서 공안의 칼 끝이 결국 중신증권을 향하게 됐다. 증시 폭락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공산당의 지도력에 의심의 눈이 향하게 되자 자본시장 개방의 한 축이었던 중신증권이 당국의 분노를 사게 된 것이다.

▲씨틱증권 주가 추이. 15일 종가 13.52위안. 출처 블룸버그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공안 수사를 언급하면서 중신증권이 재무적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신증권의 주가는 연중 고점에서 60% 이상 하락해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 하락폭 39%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 중국증시가 강세장을 시작했을 무렵 중신증권은 주식담보대출 촉진과 주가지수선물 거래 자유화 확대, 더 많은 외국인 투자에게 문호 개방 등 정부 정책 혜택을 톡톡히 입었다.

지난 6월 상반기 결산보고서에서 중신증권은 주식담보대출 1위라는 점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가 권장해온 주식스와프나 기타 거래 전략 등이 이제 증시혼란을 잠재우려는 당국의 노력에 걸림돌이 되는 것처럼 보이자 정부는 중신증권이 ‘비정상적’인 거래를 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에 혈안이 됐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는 왕둥밍 중신증권 회장에게 있어서 뼈 아픈 실책이다. 그는 프랑스어를 능통하게 구사하고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국제금융학 석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다. 소식통에 따르면 왕 회장은 마오쩌둥 시대 고위 정치가의 아들이며 시진핑과는 소꿉친구였다. 반부패 활동을 진두지휘하는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도 관계가 돈독하다.

그러나 시 정권 기반을 뒤흔들 정도로 증시가 혼란에 빠지고 중신증권이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왕 회장이 손을 쓸 방법도 없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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