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이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기업에 50조원이 넘는 자금을 대출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기업 대출은 대손충당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은행이 건전성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의 기업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내 18개 은행은 외감법 적용대상 5만9212개 기업에 385조원(지난해 말 기준)을 대출했다. 이중 5285개 기업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특히 이들 기업에 들어간 은행권 대출잔액만 52조원에 달했다.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 중 완전잠식 상태에 있는 기업도 1701개에 달했고 일부 잠식상태에 있는 기업은 3584개 기업이다. 특히 완전잠식 상태 기업 중 상장사가 27개 기업이나 됐다.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기업에 대출이 가장 많은 은행은 산업은행으로 442개 기업에 대해 모두 17조8605억원의 대출잔액이 있다. 이어 기업은행이 6조5642억원으로 두 번째로 자본잠식 기업에 대한 대출잔액이 컸다.
이어 우리은행 4조9034억원, 농협은행 4조5855억원, 수출입은행 3조9198억원, 신한은행 3조6986억원, 하나은행 2조7035억원이 뒤를 이었다.
민병두 의원은 "감독당국이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기업에 대한 대출현황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감독해 부당한 대출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