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업계, 상반기 320억 달러 현금유출…유가하락 충격 가시화

입력 2015-09-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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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스업체 총부채 1690억 달러…5년 전보다 배 이상 늘어나

미국 셰일업계에서 막대한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국제유가 하락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미국 상장 석유·가스생산업체의 현금흐름표 상에서 ‘현금유출(cash outflow)’이 총 320억 달러(약 38조1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현금유출 377억 달러와 맞먹는 수치다.

미국 셰일업계는 지난 7년간 빠르게 확장해왔으나 현금유출 확대는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 창출이 더는 자본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고 FT는 설명했다. 미국 석유·가스생산업체의 총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169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10년 말의 810억 달러에서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에 더 많은 업체가 부도 위기에 직면하고 구조조정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5~6월 미국 산유량은 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업체가 안고 있는 재정 부담에 시추 활동이 위축돼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셰일업계는 주식과 채권 등 여전히 견실한 수요가 많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러나 자본시장 수요도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 석유업체는 총 108억 달러의 자사주를 매각했으나 2분기에는 37억 달러로 줄었다. 지난 7~8월에는 그 규모가 10억 달러에도 못 미쳤다.

또 업계는 상반기 월평균 65억 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지난 7~8월은 총 17억 달러에 그쳤다. 유가하락에 돈을 벌지 못한 업체들이 자사주 매각과 회사채 발행으로 버텨왔는데 이제 그마저도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업계가 직면한 다음 장애물은 ‘차입기준(borrowing base)’ 재설정이다. 은행들은 석유·가스업체들이 보유한 유전과 가스전 등 담보자산을 평가해 대출을 얼마나 해줄지 결정한다. 미국 에너지업계를 대상으로는 일반적으로 1년에 두 차례 차입기준이 재설정된다. 올해 하반기는 10월 1일이 차입기준 설정일이다. 유가하락으로 담보 가치가 떨어져서 업계가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을 수 있는 자금도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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