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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대대적인 긴축이 진행되면서 이른 바 ‘양적 긴축’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양적 긴축 움직임은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중앙은행의 자금의 원천 중 하나인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줄면서 바닥을 드러낼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90년대 말 금융 위기 이후 각국은 자본 유출과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대비책으로서 외환보유액을 늘려왔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중반 11조9800억 달러였던 세계 외환보유액은 올해 1분기(1~3월)에는 11조4300억 달러로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이유는 경기 침체와 최근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 연내 미국 금리인상, 국제유가 급락, 스위스와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한 것 등이 배경에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자금을 꺼내 쓰거나 확충을 중단할 이유가 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문제는 외환보유액의 감소는 금융 시스템에 투입할 수 있는 유동성이 그 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등 투자전략가들은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양적 긴축은 중앙은행이 자산 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시장에 투입되는 유동성을 축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세계 외환보유액 규모가 올 연말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의 경우 4개 분기 연속으로 외환보유액이 줄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6월 3조9900억 달러에서 올 7월말 시점에는 3조6500억 달러로 줄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의 감소 경향은 채권 수익률 상승, 엔화와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강세로 이어진다. 시장 금리 상승이 금융 긴축을 어렵게 할 가능성도 있다.
도이체방크 전문가들은 지난 1일 보고서에서 “외환보유액 감소의 영향이 앞으로 몇 년에 걸쳐 비전통적인 정책을 해제하려는 선진국의 중앙은행에 대한 지속적인 역풍이 되어, 세계 경제의 불안정의 추가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 정상회의 길은 멀고 험난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