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독서 철에 가장 먼저 인용되는 성어가 등화가친(燈火可親)이다. 당송 8대가 중 한 명인 한유(韓愈·768~824)가 18세가 된 아들 부(符)에게 준 ‘부독서성남시(符讀書城南詩)’에서 나온 말이다. ‘부야, 성남에 가서 글을 읽어라’는 뜻이다. 성남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당의 수도인 장안 남쪽 계하문 안에 있는 정자라고 한다. 5언고시인 원문에는 등화초가친(燈火稍可親)으로 돼 있는데 稍는 점점, 차츰차츰이라는 뜻의 글자다. 초초는 점점과 같다.
한유는 이 시에서 어려서 비슷하던 아이들이 하나는 용이 되고 하나는 돼지가 되는 것, 누구는 군자가 되고 누구는 소인이 되는 것은 배우고 배우지 않은 차이라고 말한다. 말고삐 잡는 졸개가 되어 채찍 맞는 등에서 구더기가 끓을 것인지, 삼공 재상 신분으로 큰 저택에서 의젓하게 지낼 것인지도 글 읽기에 달렸다.
시의 끝 부분은 이렇다. “때는 가을이라 장마도 그치고/새로 시원한 바람이 교외에서 불어온다/등불 점점 가까이 할 만하고/책 펼칠 만하게 됐으니/어찌 아침저녁으로 생각하지 않으리/너를 위해 세월을 아껴야 하리/사랑과 의리는 서로 어긋나는 것/망설이는 너를 시를 지어 권면하노라.”[時秋積雨霽 新凉入郊墟 燈火秒可親 簡編可卷舒 豈不旦夕念 爲爾惜居諸 恩義有相奪 作詩勸躊躇]
마지막 두 행은 아들을 아끼는 마음과 공부를 채근하는 마음이 엇갈린다면서도 공부를 하라고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앞의 행 居諸는 日去月諸(일거월저)의 준말로, 흘러가는 세월을 뜻한다. 이 경우의 諸는 어조사 저로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