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시총과 GDP를 비교해 주식 가치 평가…시총이 GDP 넘으면 거품으로 인식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주식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선호하는 지표가 글로벌 증시가 거품 상태에 빠졌음을 시사했다. 이에 증시 거품이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버핏은 국내총생산(GDP)과 시가총액이 비슷하게 추이할 것이라는 전제에 입각해 투자를 하고 있다. 이에 한 나라의 증시 시총이 GDP 규모를 넘어서면 거품으로 인식한다. 이에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버핏 지표(Buffett Indicator)’로도 불리고 있다. 버핏 지표가 100%를 넘으면 해당 국가 증시는 거품이 낀 것으로 평가된다. 50% 미만이면 저가 매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이 지표는 간단하지만 논리적이다. 특정 국가 기업들의 성적이 장기적으로 해당 국가 GDP를 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버핏 지표에 따르면 글로벌 증시는 작년부터 거품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으며 현재 거품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증시 종목 주가가 최대한 많이 반영된 윌셔5000지수와 미국 GDP를 비교한 결과 현재 그 비율이 133%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전 정점을 찍었던 2000년(112%)과 2007년(104%)을 모두 웃도는 것이다. 지난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전 2년간 버핏 지표는 전례 없는 속도로 치솟아 거품 붕괴를 예고하기도 했다.
영국증시 FTSE올셰어지수의 버핏 지표도 현재 124%로, 사상 최고치였던 2000년의 133%에 근접하고 있다. 러스 몰드 AJ벨 투자담당 이사도 “버핏 지표는 미국과 영국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면 두 나라 증시가 조정세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증시도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증시 시가총액은 지난 6월 사상 처음으로 10조 달러(약 1경1825조원)를 돌파해 GDP 11조 달러에 육박했다.
중국증시가 최근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일본증시 거품은 더욱 심각한 상태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 2분기 GDP 성장률이 연율 마이너스(-)1.6%로, 3분기 만에 위축세로 돌아섰다. 반면 일본 도쿄증시 토픽스지수는 이달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블룸버그가 버핏 지표를 추산한 결과 일본은 지난 2분기에 117%로, 3분기 연속 100%를 넘었다.
미즈호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버핏 지표는 일본 주가가 거품 상태에 있음을 가리킨다”며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에 힘입어 주가가 올랐지만 민간 소비는 상당히 위축됐다. 이는 증시 부양을 통해 경제를 살리려는 일본 정부의 전략이 실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