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슨, 172년 역사 ‘이코노미스트’도 판다는데…

입력 2015-07-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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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업 성장 한계… 본사업인 교육에 집중” 보유 지분 50% 매각 추진… 지난주 FT 매각 힘입어 올 순익 4년 만에 증가 기대

글로벌 교육·출판 대기업 피어슨그룹이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유서깊은 언론매체들을 잇따라 시장에 내놓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어슨은 세계적인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를 지난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매각한 데 이어 172년 전통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보유 지분 50%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FT가 보도했다.

1843년 창간한 이코노미스트는 유료 독자 수가 160만명에 달하며, 그 중 절반 이상이 해외인 명실상부한 영국 대표 주간지다. 실적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마감한 2014 회계연도에 6000만 파운드(약 108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보다 2% 늘어난 수치다.

그럼에도 피어슨은 본업인 교육에 집중하고자 언론 사업을 접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피어슨의 매출 대부분은 북미를 중심으로 한 교육서비스에서 나오고 있다. 피어슨은 북미 교육사업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브라질과 중국 등 신흥국 교육시장 진출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사실 피어슨이 FT와 이코노미스트 같은 유서깊은 매체를 내놓은 건 언론 산업의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피어슨은 올상반기 매출이 22억 파운드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 늘어난 7200만 파운드를 기록했다. 일부 항목을 제외한 조정 순이익은 전년의 4.7펜스에서 4.4펜스로 소폭 줄었다.

그러나 피어슨은 FT 매각에 힘입어 올해 전체 순이익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피어슨이 FT 매각으로 6억6000만~7억 파운드를 챙겼다”고 추산했다. 이는 회사가 상반기 FT를 통해 창출한 영업이익이 2400만 파운드였다고 밝힌 것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사실상 FT 매각은 남는 장사였던 셈이다. 피어슨은 또 주당 0.28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당률은 1.48%에 이른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피어슨의 의도대로 매각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FT에 관심을 보였던 블룸버그통신과 독일 미디어 재벌 악셀스프링거는 이코노미스트 인수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지배구조 상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경영권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지분 나머지 50%는 로스차일드와 슈로더, 캐드버리와 같은 유럽 명문가 등 여러 투자자들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이탈리아 자동차 명가 피아트 크라이슬러 소유주인 아그넬리스 가문도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이코노미스트 전·현직 직원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경영과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신탁관리인 제도도 두고 있다. 현재 이코노미스트 이사회 멤버 13명 중 6명에 대해서만 피어슨이 임명권을 갖고 있다. 사실 피어슨도 이코노미스트 경영권을 확보하려고 지난 15년간 노력해왔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심지어 이코노미스트의 웹페이지 상 회사 이력에는 피어슨이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피어슨이 아그넬리스와 로스차일드 가문 등 기존 주주들에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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