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삼성물산] 위기 관리 능력 입증한 이재용… “말단 사원까지 모두 합심한 성과”

입력 2015-07-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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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네덜란드연기금 자산운용사(APG) 아시아지역 책임자인 박유경 이사를 만났다.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앞두고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공방을 조용히 지켜보던 이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행보에 재계는 적잖이 놀랐다. APG의 삼성물산 지분이 0.3%에 불과한 데다 삼성그룹 오너가 직접 외국인 투자자를 만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이번 합병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해 적극적인 설득에 나섰다.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김성진(43·가명)씨는 퇴근 후 현관문에 붙은 메모지 한 장을 발견했다. 메모지에는 “안녕하세요 삼성물산 직원입니다. 의결권 위임장 때문에 방문했으나 만나 뵙지 못해 내일 재방문 하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명함 한 장이 붙어있었다. 김씨는 해당 직원과의 두 번의 만남 끝에 위임장을 줬다.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이 통과된 것은 오너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두가 합심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70%에 육박하는 찬성률은 애초 박빙 승부를 내다봤던 시장 예측을 깨는 삼성의 ‘압승’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 저지 시도는 불발로 끝났다.

삼성물산은 지난 5월 26일 합병 계획을 발표한 후 지난 53일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특기인 소송전, 여론전을 앞세워 전형적인 벌처펀드 성향을 드러낸 엘리엇의 공세가 거칠게 이어졌다. 이에 맞서 삼성물산은 자사주 899만주(5.76%) 전부를 KCC에 매각하고, 국내외 투자자들과 계속 접촉해 설득하는 등 우호 세력 확보에 총력전을 펼쳤다.

ISS, 한국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보고서를 내며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하면서 삼성물산에 희색이 돌았다. 더불어 엘리엇이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금지’, ‘KCC 자사주 매각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완승을 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행보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외국인 투자자를 직접 만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배구조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은 미래 가치를 중요한 투자 포인트로 생각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부회장은 문제가 생기면 늘 현장으로 달려가 대화와 소통으로 최적을 답을 찾았다. 지난해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개최된 ‘앨런앤코 미디어콘퍼런스’에서는 이 부회장과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함께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 달여 뒤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을 제외한 독일과 영국 등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던 특허 소송을 전격 취하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근(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주목되자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병원 시스템의 대대적인 혁신을 약속하며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삼성그룹 후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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