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오늘은 대롱, 즉 관(管)을 이용해 만든 말을 살펴본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춘추시대 말기, 나중에 의성(醫聖)으로 불린 편작(扁鵲)이 괵(虢)이라는 나라에 갔을 때다. 태자가 병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편작은 시의를 찾아가 무슨 병인지, 지금 어떤지 물었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그는 “내가 살려 보겠다”고 했다. 시의는 “어린애도 그런 말은 곧이듣지 않을 것”이라고 무시했다.
편작은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의술은 대롱으로 하늘을 엿보고[以管窺天] 좁은 틈새로 무늬를 보는 것[狹隔目紋]과 같소.” 편작은 이어 “내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다시 한번 태자를 살펴보시오. 그의 귀가 울고 코가 벌름거리는 소리가 들릴 거요. 양쪽 사타구니를 쓰다듬다가 음부에 손이 닿으면 그곳은 아직 따뜻할 것이오.”
편작이 침을 놓자 태자는 소생했고, 치료를 더 하자 20일 후에는 일어났다. 사람들이 “편작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죽은 사람을 소생시킨 게 아니라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을 고친 것뿐이오.”
대롱을 통해 하늘을 엿본다는 이관규천과 비슷한 말도 많다. 관규정격(管窺莛擊)은 한(漢) 동방삭(東方朔)의 “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엿보고, 고둥 껍데기로 바닷물을 재며, 풀줄기로 종을 치는 격[以管窺天 以蠡測海 以莛撞鍾]”이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국량과 견식이 협소하고 천박하다는 뜻이다. 출전은 한서(漢書) 동방삭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