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7월 15일 夏日可畏(하일가외) 뜨거운 여름 해처럼 엄격한 사람

입력 2015-07-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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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춘풍풍인(春風風人)이나 하우우인(夏雨雨人)은 남에게 때맞춰 알맞은 도움을 주는 일이나 도움을 주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봄의 바람, 여름의 비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연현상이다. 그러면 해는 어떨까? 겨울에야 환영받겠지만 여름엔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춘추시대 진(晉) 영공(靈公)은 무능하고 오만방자한 군주였다. 재상 조순(趙盾)의 간언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죽이려 했다. 얼마 후, 적(狄) 사람들이 노(魯)를 침범하자 노문공은 진에 구원을 요청했다. 조순은 사람을 보내 적 땅으로 도망가 있던 가계(賈季)에게 부탁해 적(狄)의 재상 풍서를 문책하게 했다. 풍서가 가계에게 물었다. “진의 조최와 조순 가운데 누가 더 어진 사람이오?” 가계가 대답했다. “조최는 겨울날의 태양이고, 조순은 여름날의 태양입니다.”[趙衰冬日之日也 趙盾夏日之日也]

춘추좌전(春秋左傳) 문공(文公) 7년 기록에 나오는 이야기다. 조최(趙衰)는 조순의 아버지인데, 어떤 자료에는 조쇠라고 나온다. 조순(趙盾)도 조돈 조둔이라고 쓴 곳이 꽤 있다. 그의 다른 이름은 조선자(趙宣子)다.

어쨌든 조최는 옳고 바르지만 조순은 나쁘고 틀렸다는 차원에서 한 말은 아니다. 원래 표현은 동일지일(冬日之日) 하일지일(夏日之日)이었다. 그런데 삼국시대 오(吳)를 정벌한 진(晉)의 두예(杜豫)가 ‘冬日可愛 夏日可畏’(동일가애 하일가외:겨울 해는 좋지만 여름 해는 무섭다)라고 주석을 붙인 이후 동일가애 하일가외라는 성어가 널리 쓰이게 됐다. 동일가애는 온화하고 자애로워 친할 수 있지만 하일가외는 한여름 태양처럼 무서운 사람이니 가까이하기 어렵다.

두보(杜甫)의 시 ‘한우조행시원수(寒雨朝行視園樹)’에는 ‘겨울 해처럼 은혜로운 볕을 빌렸으니, 찬 서리의 살기를 근심하지 않는다’[愛日恩光蒙借貸 淸霜殺氣得憂虞]는 표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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