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15억6000만 유로의 부채를 갚지 못해 국가부도를 내자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거액을 투자한 그리스 시중은행들의 파산도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 폴슨과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미국의 투자회사들이 2014년에 구입한 그리스 은행 주식의 가치가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해외 투자자들은 그리스의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그 덕분에 그리스 4개 은행은 11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폴슨과 블랙록 외에도 캐피털그룹,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페어팩스 파이낸셜 홀딩스도 그리스 은행 주식을 사들였다.
그러나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치달으면서 그리스 시중은행들의 주가는 겉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쳤다. 유로뱅크 에르가시아스와 그리스국립은행(NBG), 피레우스은행, 알파은행의 주가는 1년 만에 평균 56% 급락, 그리스 은행에 대한 미국 투자회사들의 신뢰는 물거품이 됐다.
유럽정책연구소(CEPS)의 디에고 발리안테 연구원은 “그리스가 디폴트 상태에 빠져 투자자는 막대한 부실자산을 떠안게 됐다”며 “그리스가 디폴트 상태가 되지 않았어도 부실 채권의 급증과 과잉 보유 국채의 가치 하락으로 은행은 파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는 어떻든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