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를 갚지 못해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구제금융 협상 결렬→디폴트→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재정 고갈로 구제금융마저 갚을 능력을 상실한 그리스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걸까.
채무불이행 상태는 디폴트와 모라토리엄으로 구분한다. 디폴트와 모라토리엄은 채무자가 빚을 상환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한다. ‘상환할 의사가 있으니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모라토리엄과 달리, 디폴트는 ‘상환할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쪽에 가깝다.
디폴트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채권자가 빌려준 돈을 정해진 기간 동안 받을 수 없게 됐을 때 채무자의 다른 재산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선언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채무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만약 채권은행이 채무 국가에 디폴트를 선언하면 그 은행은 본래 채무를 상환하기로 한 기간 이전이라도 원리금의 회수를 강행할 수 있는데, 이때 채무국에서 일방적으로 채무변제의 거부(debt repudiation)를 선언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그리스와 채권단은 2월 말로 종료 예정이던 구제금융 프로그램 기한을 6월 말로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그리스는 당시 IMF와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트로이카로부터 개혁안을 잘 이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양측은 지난 5개월간 그리스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인 경제개혁안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 오다가 결국 구제금융 프로그램 폐기 만료일에 이르렀다.
그리스가 지난달 30일 IMF에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IMF는 채무 만기일 2주 후에 독촉장을 발송한다. 그후 2주가 지나도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IMF는 디폴트, 즉 국가파산을 선언한다. 그 단계에서 ‘크로스 디폴트(cross-default)’와 ‘크로스 액셀러레이션(cross-acceleration)’이 시작된다. 크로스 디폴트는 특정 융자 계약에서 디폴트 선언을 한 채권자가 채무자의 다른 융자 계약에 대해서도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크로스 액셀러레이션은 상환 기한 전이라도 즉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에 따르면 두 당사자간이 정하는 IMF 채무 상환 불이행은 국채의 크로스 디폴트를 일으킬 요건이 되지 않는다. 그리스 국채를 보증은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의 크레디트 이벤트(신용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체이스와 바클레이스는 IMF 대출은 2012년 그리스 채무 재편 이전의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CDS 보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IMF에 상환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IMF는 공적 채권자로서 일반 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신용평가사는 즉시 그리스의 디폴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스가 IMF에 부채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대외적으로 즉각 디폴트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공적 채권단인 IMF에 대한 그리스의 부채 상환 실패는 디폴트로 판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채권자가 크로스 액셀러레이션에 의해 그리스에 상환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남은 그리스의 IMF에 대한 채무 상환 일정은 7월 4억7000만 유로, 8월 1억8000만 유로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 상환액도 7월 35억 유로, 8월 32억 유로다.
그리스 정부 부채의 약 80%는 EU, IMF, ECB ‘트로이카’가 보유하고 있으며, 민간은행은 20% 정도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가장 곤란한 것은 그리스와 트로이카인 셈이다.
런던에 본사를 둔 LNG캐피털은 IMF에 대한 그리스의 채무 불이행에 대해 “그것이 파탄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는만큼 긴급한 문제가 아닌 7월에 기한이 도래하는 2자간 및 대외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이 그리스에 없고, 그 채무 불이행은 디폴트에 해당해 CDS의 결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